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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물 건너간 노동개혁, 한국 경제에 큰 죄 짓는 것

‘최순실 게이트’ 여파로 국정이 마비되면서 노동개혁 법안마저 끝내 폐기될 처지에 내몰리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20대 국회 첫 법안심사에서 근로기준법과 고용보험법 등 노동개혁 4개 법안을 아예 상정조차 하지 않았다. 더욱이 야권은 가까스로 자리 잡은 성과연봉제마저 뿌리째 흔들고 나섰다. 이 정부 내내 추진해온 노동개혁이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탄식이 절로 나올 만도 하다.

우리 경제가 당면한 가장 시급하고 근본적인 문제가 노동개혁이라는 데는 폭넓은 공감대가 이뤄져 있다. 독일이나 일본 등 선진국들이 노동시장 경쟁력을 강화해 탄탄한 경제체질을 갖춘 것도 그렇거니와 심각한 청년실업을 해소하자면 노동개혁 이외의 지름길을 찾기는 어렵다. 마침 한국을 찾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랜들 존스 한국담당관도 우리 경제의 최대 위험 요인으로 ‘노동시장 양극화’를 꼽으면서 과도한 정규직 보호가 비정규직의 열악한 처우로 이어진다고 충고했다. 귀족노조의 철밥통에 단단히 발목 잡힌 우리로서는 당연하면서도 뼈아픈 지적이다.

그런데도 노동계는 국정혼란을 틈타 노동개혁이 재벌 특혜라는 억지주장을 내세우고 있으며 야당은 노조 입김에 휘둘려 정상적인 논의마저 거부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이번주 말 현 정부 노동정책의 전면폐기를 요구하며 불법적인 ‘정치 총파업’을 선언했다. 촛불집회를 틈타 자본독재를 혁파하고 구조조정을 중단하라는 구호까지 나오고 있다. 차제에 자신들에게 불리한 모든 노동정책마다 최순실이라는 꼬리표를 붙여 뒤집어엎겠다는 계산일 것이다.



정부의 무능과 기득권 세력의 저항으로 노동개혁은 결국 소리만 요란한 채 좌절될 운명에 처했다. 대기업 노조는 당장 제 일자리를 지켰다며 회심의 미소를 지을지 모른다. 하지만 모두가 제 몫만 악착같이 챙긴다면 경제는 나빠지고 일자리도 더 빨리 사라질 수밖에 없다. 정치권과 노동계는 청년들의 희생을 담보로 귀족노조의 밥그릇만 챙기는 큰 죄를 지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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