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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중소기업을 위한 선택, 뭣이 중할까?

양봉환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장

양봉환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장




‘선택과 집중’. 30여 년간 직장생활을 하면서 특히 지난 3년간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기정원) 원장으로 있으면서 가장 많이 고민한 화두 가운데 하나다. 필자뿐만이 아닐 것이다. 현대 산업사회가 시작된 이후 기업경영과 정치를 비롯한 모든 종류의 의사결정에서 선택과 집중만큼 널리 활용되는 기준도 없다. 심지어 소소한 개인의 일상에서도 현명한 선택과 지속적인 집중은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원천이 된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이유는 ‘한정성’ 때문이다. 한정된 재원으로 더 뛰어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모든 나무를 끌어안고 가는 것보다 ‘될성부른 나무’만을 선택해 특별 관리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것을 인류는 이미 오랜 경험을 통해 터득했다.

문제는 어떻게 선택하느냐다. 천재적인 선구안이 있어서 척 보면 바로 안다면 좋겠지만 그럴 수 없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평가절차라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기정원은 성공 가능성이 높은 중소·중견기업을 선정해 집중 지원함으로써 기업의 연구경쟁력을 키우는 연구개발(R&D) 지원 전문기관이다. 선택과 집중이 주 업무인 셈이다. 그래서 지금껏 평가역량을 높여 될성부른 기업을 정확히 선정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특히 올 초부터는 기술의 사업성을 더 중시하는 방향으로 평가체계를 획기적으로 바꾸는 데 온 힘을 쏟고 있다. 보통 지원대상 기업 선정 평가기준은 창의·도전성, 기술성, 사업성 이 세 가지다. 지금까지는 이 중에서도 기술성 즉 얼마나 뛰어난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가에 무게중심이 실려 있었다. 중소기업을 강소기업(작지만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기업)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기술혁신이 필수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아쉬움도 있었다. 평가가 기술의 선진성을 지향하는 탓에 기술 수준이 다소 낮아 보이는 연구는 고배를 마시는 일이 적지 않았던 것이다.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질 좋은 일자리 창출을 핵심 키워드로 하는 창조경제의 시각으로 보면 평가 시 사업성에 방점을 찍는 일은 더욱 중요해진다. ㈜제닉의 하이드로겔 마스크팩(일명 하유미팩)을 예로 들어보자. ㈜제닉은 이미 개발된 일광화상 개선기술을 이전받아 마스크팩에 적용하는 참신한 아이디어를 들고 기정원의 문을 두드렸다. 사실 새롭게 첨단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아니어서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이견도 있었지만 사업성이 높이 평가돼 지원대상에 선정됐다. 오래지 않아 하유미팩은 단일상품으로 10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며 안정적인 일자리 창출에 상당한 기여를 했다. 만약 당시 기술의 선진성만 고집했다면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을지도 모른다.

㈜제닉과 같은 성공사례를 더 많이 만들어내기 위해 기정원은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지원사업 평가위원 중 산업계 비중을 기존 28%에서 50% 이상으로 과감하게 확대하고 평가위원단에 수출과 마케팅, 벤처투자 전문가를 추가해 사업성 평가역량을 강화했다. 또 평가위원을 선정할 때 중소·중견기업의 의견을 상당부분 반영하고 대면평가시간도 과제당 40분에서 60분으로 늘렸다. 이렇게 사업성이 뛰어난 기업을 더 적극적으로 지원함으로써 50%를 갓 넘기던 사업화성공률을 60%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기정원의 궁극적인 포부다.

지난 6월에는 이러한 노력을 인정받아 설립 이래 최초로 경영평가 A등급을 획득하는 기쁜 소식도 있었다. 그러나 그보다 훨씬 더 기쁜 것은 중소·중견기업의 반응이었다. 그동안에는 산업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아 속상하다는 민원이 적지 않았는데 그런 내용이 크게 줄고 기업의 입장에서 사업을 추진하려는 모습이 보기 좋다는 반응이 피부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동분서주 바쁘기로 유명한 중소기업 대표들을 평가위원으로 초빙하느라 직원들은 몇 배로 힘들어졌지만 기업 반응이 좋으니 보람 있어 하는 눈치다.

영화 ‘곡성’에 나오는 어린 여배우는 ‘뭣이 중헌디!’라고 세상에 물었다. 중소·중견기업에는 과연 뭣이 가장 중할까? 사업성 중심으로 평가체계를 바꾼 이번 결정 이후로도, 기정원은 계속해서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으려 노력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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