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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이슈]세아, 관세장벽 피하려 美설비 첫 인수...삼성 등도 공장건립 저울질

■트럼프체제 맞은 국내 기업...美 현지생산 속도내나

세아, 1억달러 투입 美 강관설비 사들여 '보호무역주의 대비'

현대기아차도 멕시코공장 통한 북미공급계획 원점서 재검토





강력한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예고해온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처음으로 국내 기업이 반덤핑관세를 피하기 위해 현지 설비를 인수해 생산체제를 구축한 사례가 나왔다.

국내 강관 제조업체인 세아제강은 30일 미국 휴스턴에 위치한 라구나튜뷸러사(社)의 유정용 강관 후처리 설비와 OMK튜브의 강관제조 설비를 한꺼번에 인수했다고 밝혔다. 인수금액은 1억달러 수준으로 알려졌다.

세아제강은 원유나 천연가스 채취에 쓰이는 유정용 강관을 포항 공장에서 반제품 형태로 만들어 미국에 수출해왔다. 미국으로 넘어간 반제품은 현지 후처리 업체에서 완제품으로 만들고 이를 판매법인이 판매하는 구조로 유정용 강관을 수출해왔다.

하지만 트럼프의 당선으로 수출용 유정용 강관에 부과되는 반덤핑관세율이 올라갈 가능성이 커지자 아예 미국에 있는 생산설비를 인수했다. 이휘령 세아제강 대표는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는 미국 시장에서 현지 생산 거점을 마련해 납기와 원가경쟁력 모두 충족할 수 있게 됐다”며 이번 인수가 트럼프 체제에 대한 대비임을 인정했다.

세아제강의 강관 생산 설비 인수를 신호탄으로 내년 초 출범하는 트럼프 행정부가 쌓아올릴 ‘관세장벽’의 영향에서 벗어나기 위해 미국 내에서 직접 제품을 생산하려는 기업들의 움직임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전자와 자동차·철강 등 수출 비중이 절대적인 국내 기업들은 트럼프 당선 이후 그의 보호무역주의 기조에 영향을 받지 않기 위한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한창회 무역협회 통상협력실장은 “지금 당장 국내 제조업체들이 한꺼번에 미국으로 생산 기지를 옮길 가능성은 낮지만 미국 수출을 위한 현지 생산 전략을 차츰차츰 조정하는 방식으로 보호무역 강화에 대비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러한 조짐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고 미국 내 생산기지 등을 강화하기 위한 기업들의 움직임에 점점 속도가 붙는 모습이다.



가장 발걸음이 빠른 곳은 멕시코에서 공장을 돌리고 있는 삼성·LG 등 가전업체이다. 삼성전자는 트럼프 당선을 계기로 미국에 가전 공장을 세우는 방안에 대한 타당성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은 멕시코에서 생산한 TV와 세탁기 등 가전제품을 무관세로 미국에 수출하고 있지만 이 역시 트럼프의 ‘멕시코산 35% 관세 부과’ 공약이 현실화되면 재앙에 가까운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결정된 것이 없다”면서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내용을 보고 결정하게 될 것”이라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삼성전자는 이미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공장에 내년 상반기까지 10억달러를 투입, 시스템반도체 기술 개발과 대대적인 설비 증설에 나서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재계는 트럼프 당선인이 ‘미국 내 생산(Made in USA)’을 강조하는 가운데 나온 발표라는 점에 특히 주목하고 있다.

현대·기아차의 움직임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세단 중심의 생산 기지인 미국 앨라배마 공장 외에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위주로 생산할 수 있는 2공장 건설을 검토해왔다. 특히 최근 멕시코에 완공된 기아차 공장에서 10만대가량의 SUV를 생산해 북미 시장에 공급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해당 물량 생산에 대한 계획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있다. 트럼프가 선거 캠페인 기간 내내 멕시코산 제품에 대해 35%의 관세를 매기겠다고 공언해왔기 때문이다.

한발 빠르게 미국 공장을 세우고 있는 한국타이어는 한시름 놓았다. 미국 정부가 중국산 타이어에 대한 높은 관세율을 설정해놓은 상황에서 자칫 한국산까지 불똥이 튈 수 있어서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일부에서 (대외여건이 변하면서) 공장 가동 시점이 미뤄질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지만 12월 시험생산에 들어가는 등 일정에 차질은 없다”고 설명했다.

석유화학 업종의 경우 미국이 순수출 국가여서 보호무역주의의 여파가 상대적으로 적을 것으로 보인다. 관세장벽을 높일 경우 자국 기업에 도리어 불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왕에 진행해온 사업은 차질없이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롯데케미칼은 루이지애나주에 에탄크래커(셰일가스를 에틸렌으로 생산)공장을 설립 중이다. 이밖에 LG화학은 미시간주에 전기차 배터리공장(순수 전기차 기준 연간 3만 대 수준)을 갖고 있는데 앞으로 시장 상황에 따라 추가 투자를 통해 증설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OCI는 텍사스주에 200㎿급 태양광 모듈 공장을 갖고 있다.

효성은 현재 미국에서 타이어코드·ATM 등의 사업을 중점적으로 하고 있으며 소규모 타이어코드 공장을 갖추고 있다. 효성은 트럼프 시대가 사업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보면서도 중국·멕시코산 제품에 관세가 붙어 실적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고 트럼프 행정부 행보를 예의주시할 방침이다. ATM을 개발하는 노틸러스 효성 아메리카는 지난 2월 오하이오주에 있는 글로벌소프트웨어 센터를 이전하면서 2배 규모로 키웠다. /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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