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중퇴 출신의 호주 법조인이 ‘유리천장’을 깨고 호주 사상 최초의 여성 대법원장이 됐다.
1일 호주 언론에 따르면 연방 대법관인 수전 키펠(62·사진)은 맬컴 턴불 호주 총리로부터 신임 대법원장에 임명돼 내년 1월 말 공식 취임한다.
호주 연방대법원장에 여성이 임명되기는 1903년 대법원 출범 이래 113년 만에 처음이다.
역사적인 첫 여성대법원장 탄생도 눈길을 끌지만 보통의 엘리트 법조인과는 다른 길을 걸어오면서 노력과 실력으로 한계를 극복해온 키펠의 인생 역정이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호주 동북부 케언스에서 태어난 키펠은 고교 1학년을 마친 15세 때 하루라도 빨리 자기의 인생을 찾겠다는 생각으로 기술전문학교에 가 비서업무를 배우는 게 낫겠다며 중퇴했다. 키펠은 대법원장에 낙점된 후 “나는 학교를 좋아하지 않았다”며 “당시에는 학교 밖으로 나가 직업을 찾아보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비서업무를 배운 키펠은 주택금융조합의 타이피스트로 일을 시작했고 곧 브리즈번 법률회사의 안내 데스크로 자리를 옮기면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
한 변호사가 키펠에게 법률 공부를 하도록 자극을 줬고 키펠은 낮에는 풀타임으로 일하고 밤에는 법정변호사 자격과정에 등록해 주경야독했다. 그는 “풀타임으로 일하고 밤에 공부하면서 5년 동안 휴가를 전혀 갖지 못했다”며 “다른 이에게는 나와 같은 길을 걷도록 조언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마침내 고교 중퇴 6년 후인 스물한 살 때 변호사 자격을 획득했고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법학 석사 학위도 받았다.
키펠은 자신에게는 타고난 야심이 있는 것 같다며 또래에 비해 이른 나이에 열심히 일하는 것을 배웠지만 판사가 되고 싶다는 꿈이 있어 즐거웠다고 설명했다.
그는 서른세 살에 퀸즐랜드주에서 여성 최초로 법정변호사 중 우수하고 명망 있는 사람에게 부여하는 ‘퀸스카운슬’이 됐다. 판사로 옮겨 활동하면서 서른아홉 살이던 지난 1993년에는 퀸즐랜드주 사상 최초로 여성 주 대법원 판사가 됐으며 2007년에 여성으로는 사상 세 번째로 연방 대법관에 임명됐다.
키펠은 “내 인생에서 일찍 내 길을 찾은 것은 큰 행운이다. 단계마다 지원과 격려를 받았다”며 자신의 다양한 경험이 대법원장직 수행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키펠은 또 “일들이 어떻게 이뤄지고 다른 사람이나 법원이 각 사안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항상 마음을 열어놓으려 했다”며 “항상 그런 식으로 해결책을 찾을 수는 없겠지만 비교의 과정은 매우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키펠은 기술전문학교 시절 조정팀의 코치와 선수 사이로 만난 문화인류학자 마이클 알브레히트와 결혼했다. 둘 사이에 아이는 없다. /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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