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보호무역 강화를 예고하면서 이를 대체하고 글로벌 무역영토를 확장하려는 주요국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이 빠진 틈을 타 새로운 통상 질서 구축에 나서는 모습이며 일본 역시 새로운 무역협정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후세인 람멜 시드니공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최근 글로벌 통상질서를 ‘리더십 공백 상태’로 표현했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범대서양투자무역동반자협정(TTIP) 등 자유무역에 앞장섰던 미국이 지난달 대통령선거에서 트럼프가 당선된 것을 기점으로 통상정책을 180도 전환하자 구심점이 사라졌다는 뜻이다.
실제로 트럼프 당선인은 자신의 보호무역주의 공약을 구체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대통령 취임 첫날 TPP 탈퇴를 선언하겠다고 공식 발표했으며 1일에는 멕시코 이전 철회를 발표한 캐리어 공장을 방문해 나프라를 “완전한 재앙”이라고 표현하며 재검토 필요성을 재차 시사했다. 세실리아 말름스트룀 유럽연합(EU) 통상담당 집행위원도 “미국의 새 대통령 당선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며 미·EU 자유무역협정(FTA)인 TTIP의 추후 협상이 불투명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국은 통상패권을 놓고 경쟁했던 미국의 이 같은 행보를 기회로 여겨 지난달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를 중국 중심 다자무역협정을 띄우는 장소로 활용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APEC 기조연설에서 중국 주도의 아시아태평양자유무역지대(FTAAP)를 TPP의 대안으로 제시했으며 탄젠 외교부 부국장은 “(무역거래) 기준이 너무 높으면 개발도상국들이 충족시키기 어렵다”며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이 TPP보다 아태 지역 통합에 더 좋은 선택임을 시사했다. 각국의 TPP 비준이 난항을 겪는 사이 RCEP 타결로 국제 통상질서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의도다. RCEP 가입 대상국은 2일부터 오는 10일까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협상을 벌인다.
유럽으로의 확장을 위해 미국과 사사건건 부딪쳤던 러시아도 무역질서 변화를 내심 반가워하는 눈치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부터 “세계 경제의 진보를 위해서 배타적 연합은 없어야 한다”며 반대했던 TTIP가 사실상 좌초했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옛소련권 국가들의 연합체인 유라시아경제연합(EAEU)을 중심으로 40개의 FTA를 추진하며 동유럽 국가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하 하고 있다.
일본은 미국이라는 지렛대가 사라지자 새로운 대안 찾기에 분주한 모습이다. 일본에 TPP는 한국 등에 뒤처진 FTA 경쟁을 만회하는 ‘신의 한 수’였지만 미국이 빠지면서 기존 통상정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할 처지다. 일본 정부는 EU와의 FTA 체결을 위해 매주 수 차례 회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아베 신조 총리는 지난달 25일 멕시코를 시작으로 중남미 국가를 순방하며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과의 경제협력을 타진하고 있다
독일이 앞으로 1년간 회장국을 맡게 될 주요20개국(G20)이 통상질서 재구축에서 주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1일 G20 순회의장국 수임을 선언하며 “세계화 이전으로 돌아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고립, 새로운 민족주의, 보호무역주의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사람을 우선하는 형태로 세계화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는 독일이 G20 의장국으로서 보호무역주의의 기조를 바꾸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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