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 건 연애’는 ‘로맨스’에서는 어린 시절부터 소꿉친구인 한제인(하지원 분)과 설록한(천정명 분)이 ‘친구’에서 ‘연인’으로 발전하는 이야기를 그려내면서, 동시에 ‘코미디’로는 5년 째 신작 소식이 전무한 주제에 타고난 의심병으로 동네 주민들을 닥치는 대로 신고하던 ‘이태원 민폐녀’ 하지원이 ‘이태원 연쇄살인사건’의 진범을 잡기 위해 나서며 벌어지는 일대 소동을 그려낸다.
그리고 ‘목숨 건 연애’는 이미 수많은 영화들이 난립해 더 이상 새로운 소재를 찾기 어려운 ‘로맨틱코미디’ 장르에 연쇄살인 스릴러라는 장르를 교배시킨다.
연쇄살인범이 등장하는 스릴러와 로맨스코미디가 어울리느냐는 의문을 가질 수도 있지만, 호러에 로맨틱코미디를 결합한 손예진과 이민기 주연의 ‘오싹한 연애’가 큰 성공을 거둔 바 있고, 흥행이나 평가가 좋은 편은 아니지만 내 남자친구의 정체가 사실은 연쇄살인범이었다는 반전을 그려낸 송새벽과 강예원 주연의 ‘내 연애의 기억’과 같은 영화도 있었다. 로맨틱코미디에 연쇄살인 스릴러를 끼얹은 ‘목숨 건 연애’와 같은 시도가 그리 이상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연쇄살인 스릴러의 공식을 로맨틱코미디와 접목시키는 과정에서 ‘목숨 건 연애’는 지나치게 이야기를 비틀어보려는 욕심을 보여준다. 이태원 연쇄살인사건의 용의자인 제이슨(진백림 분)에게 FBI 소속의 프로파일러라는 설정을 덧붙이며 혼동을 주고, 아예 종반부에 가면 느닷없이 하지원의 소꿉친구로 그동안 하지원과 모든 행동을 함께 해온 천정명까지 연쇄살인범 후보에 올리며 관객들과 게임을 시작하려고 한다. 이런 게임을 하려면 일단 관객들이 정말 속을 정도로 치밀하게 시나리오를 짜야 할텐데, ‘목숨 건 연애’의 플롯에서는 그런 치밀함은 느껴지지 않는다.
더욱이 ‘코미디’적인 요소를 지나치게 의식한 장면들도 노골적으로 웃음을 만들어내려는 시도가 뻔히 보인다는 것이 문제다. 오프닝부터 등장하는 하지원의 독한 ‘방귀냄새’를 웃음의 키워드로 삼으려는 것부터 시작해, 하지원과 천정명을 비롯한 모든 캐릭터들이 영화 내내 일관되게 과장된 코믹 연기를 펼쳐낸다. 제대로 웃겨보겠다고 목숨 건 흔적이 역력하지만, 사실 코미디는 상황은 희극스러운데 배우들이 진지할수록 그 효과가 더욱 극대화된다는 것을 ‘목숨 건 연애’는 깨닫지 못한다.
그렇다면 ‘로맨스’는 만족스러울까? 하지원이 소꿉친구인 천정명이 아닌 연쇄살인 용의자이자 보기 드문 미남인 진백림에게 호감을 느끼며 만들어지는 독특한 삼각관계는 영화의 극적 긴장감도 끌어올리는 좋은 시도였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하지원과 소꿉친구 천정명의 감정인데 정작 이 감정은 일대 소동극을 겪으며 황급히 마무리되는 느낌을 선사하고 만다.
로맨틱코미디에 스릴러를 더한 이색적인 시도는 ‘목숨 건 연애’가 가지는 명백한 장점이다. 하지만 ‘목숨 건 연애’는 스릴러의 무거움과 로맨틱코미디의 가벼움을 적절히 조화시키지 못하고, 널뛰기를 하듯 양극단을 불안하게 오르내린다. 배우들은 이 간극을 메우기 위해 과장된 연기를 펼치지만, 이것은 다시 그나마 장점이 될 수 있었던 ‘코미디’의 효과를 줄이면서 ‘로맨스’에 꼭 필요한 감정마저 깎아먹는다. 촬영이나 편집에서는 신선한 시도도 엿보이지만 이미 흔들릴 대로 흔들린 이야기를 구제하기에는 너무나 힘이 벅차다. 12월 14일 개봉.
/원호성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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