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탄핵정국에서 가파른 지지율 상승을 일궈낸 이재명 성남시장이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향해 사실상 반문(반문재인) 연대 구축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안 지사는 “대의와 명분이 없는 합종연횡은 작은 정치이고 구태 정치”라며 제안을 일축했다. 이를 두고 이 시장이 서서히 반문 정서를 드러내며 문재인 전 대표와 양자구도 구축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이 시장은 12일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안희정 충남지사, 김부겸 의원의 우산으로 제가 들어가야 한다”며 “결국 다 합쳐서 공동체 팀, 국민을 위해 일하는 머슴들의 팀을 만들어야 한다”고 반문 연대를 제안했다. 앞서 이 시장은 박원순 서울시장과도 “형님과 함께하겠다”며 연대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안 지사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정치는 ‘밑지고 남고’를 따져서 재보는 상업적 거래와는 다르다”며 “명분이 없는 합종연횡은 구태 정치, 작은 정치이고 자신이 이기기 위한 사술로 전락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문 전 대표를 바짝 추격하고 있는 이 시장은 최근 문 전 대표를 비판하는 SNS 댓글에 ‘좋아요’ 버튼을 눌러 문 전 대표 측과 신경전을 벌인 바 있다. 이를 두고 민주당 일각에서는 이 시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판하며 당을 탈당해 대통령 후보에 올랐던 정동영 국민의당 의원의 비서실장 출신인데다 친노 인사들과 불편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당내 경선이 다가올수록 자신을 도와줄 비주류와 손을 잡고 문 전 대표에게 공세를 취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안 지사가 이 시장의 제안을 공개적으로 일축한 것은 자신과 친분이 깊은 세력에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한 반노·반문 정서에 편승할 수 없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또 지지율 상승이 더딘 안 지사 입장에서는 무리하게 문 전 대표의 대항마 역할을 하기보다는 차차기 대선을 노리며 문 전 대표의 지지층을 흡수하는 전략을 세운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지지율 상승 요인 찾기에 나선 박 시장도 “개헌은 차기 정부에서 해야 한다”고 밝히는 등 친문 세력과의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며 차차기 대선을 겨냥한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문 전 대표를 연일 비판하고 있는 김종인 민주당 의원이 이 시장을 치켜세우는 점을 근거로 이 시장이 제3지대로 편승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내놓았다.
/박형윤기자 man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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