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리 과정에서 국회가 청구한 탄핵소추안의 쟁점을 모두 심리해야 한다는 원칙을 명확히 했다.
이는 “심리 중 명백한 탄핵 사유가 발생할 경우 나머지 쟁점에 대한 심리를 거치지 않을 수 있다”는 헌법학계 일각에서 나온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내용이다. 이에 따라 당사자인 박 대통령 측과 국회 측이 쟁점을 모두 다투기 원할 경우 헌재의 최종 결정 시기는 상당 부분 늦춰질 것으로 전망된다.
배보윤 헌법재판소 공보관은 12일 “청구인이 청구 사유를 제출한 이상 헌재가 몇몇 쟁점만 선별해서 심리할 수는 없다”며 “이는 결론을 정해놓고 심리한다는 전제가 깔린 것이기 때문에 헌재가 직권으로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피청구인(박 대통령)이 쟁점들을 심판해달라고 하면 판단해야 한다”며 “그것이 바로 헌재의 변론주의”라고 덧붙였다.
“주요 쟁점만…” 주장 정면 반박
내달 중 심판 사실상 어려워져
이는 헌재가 박 대통령 탄핵안에 포함된 8개의 헌법 위배사항, 5개의 법률 위반사항을 모두 심리한다는 뜻인 만큼 야당 등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내년 1월 중 최종 결론을 도출하기는 사실상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헌재는 다만 “이 같은 원칙이 심리기간 연장과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신속한 심리를 하겠다는 여지는 남겼다.
심리기간을 결정할 1차 가늠자는 헌재가 앞으로 진행할 변론 준비 절차다. 준비 절차는 변론기일에 앞서 양측 당사자들이 참석해 쟁점을 정하고 증거서류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절차다.
배 공보관은 “지난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리 당시에는 준비 절차 없이 곧바로 변론기일에 들어갔지만 이번에는 쟁점이 많아 변론기일을 열기로 했다”며 “신속하게 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변론 절차에 양측 의견이 상당수 일치할 경우 심리기간이 줄어들 수 있지만 과정이 쉽지는 않다.
이춘석 더불어민주당 탄핵추진단장은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증거 채택과 관련, “국회는 특별히 시간을 끌어야 할 이유가 없어서 대통령 쪽에서 재판을 끌기 위해 증거서류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고 전망했다. 탄핵심리는 형사소송법 절차에 따르게 돼 있어 청구인 측이 제시한 증거서류를 대통령 측이 동의하지 않으면 관련 증인을 세우게 된다. 물론 증인 채택 여부는 헌재가 직권으로 판단할 수 있다.
朴대통령 답변서 오는대로 준비
20여명 탄핵 전담연구 TF 운용
헌법재판소는 오는 16일로 예정된 박 대통령 측의 답변서가 오는 대로 준비 절차에 나설 계획이다. 헌재는 이 시기에 맞춰 준비 절차를 담당하는 재판관인 수명재판관 3명을 지정할 계획이다. 수명재판관은 박한철 헌재 소장이 임명하며 이번 사건 주심인 강일원 재판관도 포함된다.
헌재는 또 이날 열린 재판관회의에서 20여명 규모의 탄핵전담연구 태스크포스(TF)를 운용하기로 했으며 국회와 법무부에 탄핵 관련 의견서를 요청했다. 의견서 제출 시기는 제한하지 않았다. 두 기관의 의견 제출 시기는 헌재의 심리 절차에 영향이 없다고 헌재는 설명했다. /김흥록기자 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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