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주요 대기업 총수들에 출국금지 조치를 내리면서 총수들의 연말 연초 해외 출장 일정이 차질을 빚게 됐다. 이 부회장의 경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식에 초청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참석이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특검이 이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등을 출국 금지하면서 관련 기업들이 해외 일정을 잡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SK·롯데에 더해 어느 기업 총수까지 출금이 내려졌는지에 대해 정보를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검 수사가 내년 3월까지 이어지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수 총수는 최대 석 달여 간 국내에서 발이 묶일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출금된 총수들은 대체로 나이가 젊고 해외 현장에서 직접 세일즈맨처럼 뛴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며 “특히 인수합병(M&A)에서는 오너가 현장에서 ‘딜’을 직접 지휘하는지 여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때가 많다”고 지적했다.
삼성은 이 부회장의 공백에 따라 ‘빅딜’ 마무리 작업에 차질이 빚어질까 우려하고 있다.
삼성은 특히 최근 80억달러에 인수한 전장기업 하만 인수와 관련해 일부 주주들이 인수 반대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설득 작업이 필요하다.
더불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최대 가전 행사인 ‘CES 2017’과 피아트크라이슬러자동차 지주회사인 엑소르의 2월 이사회에 참석도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최 회장은 내년 1월 스위스에서 열리는 다보스 세계경제포럼(WEF) 참석이 사실상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최 회장은 WEF에 정례적으로 참석해 에너지·통신 등 신성장 분야에서 인맥을 활용한 글로벌 비즈니스를 진두지휘해왔다. 거의 매달 한 번 꼴로 방문해 직접 챙겨왔던 중국 사업도 차질이 생길 우려가 있다. 최 회장은 중국 시장 확대에 누구보다 애착을 보여왔으며 자칫 3월에 열리는 ‘보아오포럼’ 참석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밖에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뒤숭숭한 분위기를 다잡아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는 신 회장 역시 당분간 수습 행보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한일 롯데그룹의 지주사 격인 일본 롯데홀딩스는 매년 말 도쿄에서 결산 이사회를 여는데 신 회장이 불참할 경우 위기 극복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서일범기자 squiz@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