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탈북한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가 김정은의 폭압 통치로 인해 귀순했다고 입을 열었다.
태 전 공사는 19일 국회 정보위원회 이철우 위원장, 여야 간사와의 간담회에서 “북한 김정은의 폭압적인 공포통치 아래 노예 생활을 하는 북한의 참담한 현실을 인식하면서 체제에 대한 환멸감이 커져 귀순 결심을 굳혔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위원장은 간담회 후 가진 기자 브리핑에서 “태 전 공사가 오랜 해외 생활을 통해 한국 드라마, 영화 등을 보면서 한국의 민주화와 발전상을 체감하게 됐다”고 전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 위원장에 따르면 태 전 공사는 “북한에서 자금 횡령 등 범죄를 저지르고 처벌이 두려워 도주했다고 비난한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북한에서 그렇게 모략할 줄 알고 귀순 전에 대사관 내 자금 사용 현황을 정산하고 사진까지 촬영해놨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북한에서 직위가 올라갈수록 감시가 심해져서 자택 내 도청이 일상화돼 있다”며 “김정은이 어리기 때문에 통치가 수십 년 지속할 경우 자식, 손자 대까지 노예 신세를 면치 못한다는 절망감으로 우울증에 시달리는 간부들도 많다”고 밝혔다.
태 전 공사는 그러면서 “현영철 전 인민무력부장이 처형된 것도 집에 가서 얘기를 잘못했기 때문”이라며 “엘리트층은 마지못해 충성하는 시늉만 내고 있으며 주민도 낮에는 ‘김정은 만세’를 외치지만 밤에는 이불을 뒤짚어쓰고 드라마를 보면서 한국에 대한 동경심을 키워가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북한의 생활이 사회주의이지만 자본주의식으로 기초생활이 돌아가는 형태”라며 “지금은 당국의 말보다는 자기들 스스로 생존하는 방법을 많이 체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국가정보원은 태 전 공사에 대한 조사를 마치고 23일부터 일반적인 사회생활을 허용할 방침이다.
태 전 공사는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개인의 영달이 아니라 북한 주민이 억압과 핍박에서 해방되고 민족의 소망인 통일을 앞당기는 일에 일생을 바칠 것”이라며 “신변위험을 무릅쓰고서라도 대외 공개 활동을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김정은 한 사람만 어떻게 되면 체제가 완전히 무너진다”며 “정변이 나도 엘리트와 측근들이 중국으로 도망가지 않고 한국 사회에 와서도 괜찮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북한에서는 잘 나가던 고위 관료들이 남한에 오면 나락에 떨어질 수 있어 두려워하기 때문에 돈이 좀 들더라도 잘 지낼 수 있는 직장을 해줘야 고위층에서 탈북을 많이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태 전 공사는 다양한 관측이 무성하던 자신의 가족관계에 대해서는 “일부 언론에서 딸이 오지 못했다고 보도했는데 딸은 없고, 아들만 두 명 있으며 가족과 다 같이 귀순했다”고 밝혔다.
/김영준인턴기자 gogunda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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