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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여는 수요일] 별을 향한 변명

- 도종환作





별들이 우리를 보며 눈빛을 반짝이는 거라고 믿었다

밤마다 현실에서 불가능한 것을 꿈꾸었다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게 가능하다고 생각했고

사람들은 모두 선한 씨앗을 지니고 있다고 믿었다

사랑이 손짓해 부르면 그를 따라야 한다고 말했고

물불 안 가리고 사랑의 강물에 뛰어들었다

이길 수 없는 것들에게 싸움을 걸었다

판판이 깨지고 나서도 지지 않았다고 우겼고

희망이 보이지 않는데도 희망을 이야기했다

시인이 아름다운 꿈을 꾸지 않으면

누가 꿈을 꾸겠느냐고 시를 썼고

견딜 수 없는 걸 견디면서도

사람들에게 포기하지 말자고 편지를 썼다

이 길을 꼭 가야 하는 걸까 물어야 할 때



이 잔이 내가 받아야 할 잔인지 아닌지를 물었다

우리라 꾼 꿈이 이루어지는 것인지 별에게 묻고

별이 대답하기도 전에 내가 먼저

꿈꾸고 사랑하고 길을 떠나자고 속삭였다

그것들이 내 불행한 운명이 되어가는 걸

별들이 밤마다 내려다보고 있었다

-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별을 보다 무릎이 깨진 이여, 그대의 아픔을 위해 잠시 빛을 꺼두겠다. 그대도 눈꺼풀 커튼을 닫고 슬픈 눈빛을 멈추어라. 눈물 둑이 넘쳐 속눈썹 야자수가 쓰러지고 광대 벌이 쓸리도록 두어라. 어깨가 들썩여도 섣불리 다독이지 않겠다. 별이 빛난다고 제 궤도를 의심하지 않는 것은 아니라고 말하지 않겠다. 바람에 스치울 때마다 별도 운다고는 말하지 않겠다. 꿈과 사랑과 희망은 별이 아니라 본디 그대 안에 있던 것들이라고도 귀띔하지 않겠다. 울지 않고 오는 생명 없고 눈물 없이 가는 죽음 없지만, 냉이꽃 하나에도 고봉으로 깃든 우주를 누구도 아니 보았노라고는 말하지 못하리.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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