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는 무엇보다 ‘생존’이 경영전략의 핵심 키워드가 될 것입니다. 당장 중소기업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는 한편 핀테크 사업을 확대하겠습니다.”
김도진(57·사진) 차기 기업은행장 내정자는 25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혔다. 김 내정자는 “내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해 미국의 정책 불확실성이 커지는 데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가능성도 있어 리스크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며 “중소기업 여신의 건전성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며 대처해나가겠다”고 밝혔다.
내년 중소기업 리스크는 올해보다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감독원이 최근 2,035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신용위험 평가’에서 176개 기업이 구조조정 대상으로 선정됐다. 지난해 175개사가 선정된 데 이어 2년 연속 170개가 넘는 기업이 퇴출 대상으로 결정된 것이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상황이 더 좋지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이다.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의 경제정책이 보호무역주의인 만큼 수출 납품업체인 중소기업들은 상당수가 타격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중국의 경기회복 여부도 불투명한데다 국내 내수침체 역시 우려되는 수준이다.
기업은행은 이에 따라 내년 중소기업 여신의 순증 규모를 줄일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은행의 중소기업 대출잔액은 올 9월 기준 136조3,014억원이다. 기업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규모는 매년 8조~10조원가량 순증하지만 내년에는 7조~9조원 수준으로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김 내정자는 이와 관련해 “중소기업의 대출 순증 규모가 정확히 얼마나 줄어들지는 정부와 논의가 필요하고 경제상황에 따라 달라진다”며 “다만 리스크 관리를 확대하기로 한 만큼 어느 정도 영향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핀테크 사업도 한층 강화할 예정이다. 기업은행은 지난해 스마트폰으로 다양한 금융거래가 가능한 통합 모바일플랫폼 ‘아이원(i-ONE)뱅크’를 출시해 주목을 받았다. 올해는 핀테크 기술을 접목한 간편소액송금 서비스 ‘휙서비스’를 내놓았고 비대면 채널 전용상품 ‘i-ONE 놀이터 예적금’을 출시하는 등 온라인모바일 뱅크 사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김 내정자는 “금융산업은 비대면 모바일 거래가 빠르게 확산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비대면 전용 금융상품을 더욱 확대하는 등 핀테크 사업을 주도해나가겠다”고 설명했다.
노동조합과의 관계개선도 모색한다. 기업은행 노조는 최근 행장 인선과 관련해 현 정부 실세의 개입 의혹을 제기하며 잡음이 있었다. 또 성과연봉제와 통상임금 등 노조에서 사측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도 적지 않다. 특히 통상임금 소송은 사측이 1심에서 패소했지만 항소한 바 있어 노조와 상당한 갈등을 이어온 상황이다. 기업은행 근로자 1만1,200여명은 앞서 정기 상여금과 전산·기술수당 등을 통상임금에 포함해달라며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근로자의 손을 들어줬다. 김 내정자는 이와 관련해 “노조와는 최근 만나서 서로 오해를 풀었다”며 “다만 통상임금과 성과연봉제는 기존 방침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김 내정자는 내년 초 기업은행 계열사 사장단 인사도 단행할 계획이다. 기업은행 계열사 가운데는 현재 IBK자산운용과 IBK캐피탈·IBK신용정보 사장의 임기가 종료됐다. 김 내정자는 “계열사의 업무 공백을 막기 위해 최대한 빨리 사장을 임명하겠다”며 “기업은행 부행장급 인사도 계열사 사장단 인사와 동시에 진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김 내정자는 지난 1985년 기업은행에 입사해 전략기획부장·카드마케팅부장·기업금융센터장 등 요직을 두루 거친 뒤 2014년부터 경영전략그룹장을 맡은 바 있다. 김 내정자는 권선주 현 행장의 임기가 종료되는 다음날인 28일부터 은행장 업무를 맡게 된다. /강동효기자 kdhy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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