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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 국정농단과 줄탁동시

한영일 사회부 차장





‘군주민수(君舟民水)’

며칠 전 교수신문이 선정한 올해를 꿰뚫은 사자성어다. ‘백성은 물, 임금은 배이니 배를 뜨게 하지만 뒤집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사태로 촉발된 국민적 분노의 물결이 결국 박근혜호를 집어삼킨 것을 빗댄 말이다.

교수신문의 사자성어를 되짚어보면 박근혜 정부 출범 후 해마다 분명한 시그널이 있었다. 현 정권이 출범한 지난 2013년에는 도행역시(倒行逆施·도리에 순종하지 않고 상도를 벗어나 일을 억지로 함)로 초기 상황에 경고장을 날렸다. 2014년 지록위마(指鹿爲馬·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함)에 이어 지난해에는 혼용무도(昏庸無道·암흑에 뒤덮인 것처럼 온 세상이 어지러움)로 엄중한 경고를 내렸다. 결국 민심을 거스른 ‘불통 정권’은 올해 난파선이 됐고 선장은 청와대 관저에 유폐된 채 정치적 사형선고를 기다리는 처지가 됐다.



어찌 보면 2014년 4월16일 세월호가 침몰한 순간 박근혜호의 좌초도 시작됐다. ‘대통령의 사라진 7시간’은 물론이고 청와대와 정부는 세월호와 관련된 진실을 감추기에만 급급하고 책임 벗어나기에만 몰두했다. 차가운 바닷속에 잠긴 304명의 어린 꽃잎은 올해 촛불이 돼 광화문으로, 청와대로 날아와 진실을 밝혀달라고 외치고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에 분노한 촛불집회는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심판, 국회 국정조사, 특검을 이끌어냈다. 진실을 찾고 나라를 다시 세우기 위한 위대한 역사적 발걸음이다. 진실은 땅에 묻혀 있는 씨앗이다. 잠깐은 실체가 보이지 않을 수 있지만 언젠가는 흙을 뚫고 나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다. 하지만 국정농단 책임자들은 모두가 ‘모르쇠’로만 일관하고 있다. 물증과 증언을 들이대도 ‘난 모르는 일’ ‘기억나지 않는다’는 말만 되풀이한다. 개가 웃고 소가 나자빠질 일이다. 결코 손바닥으로 해를 가릴 수 없고 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다. 조만간 드러날 이들의 죄상은 낱낱이 역사에 남겨 후손들이 반면교사로 삼도록 해야 한다. 우리나라를 일본에 팔아먹은 ‘을사오적’이 지금도 손가락질을 받듯 민주주의와 국정을 철저히 파괴한 ‘병신 오적’으로 기록될 것이다.

정유년 새해가 얼마 남지 않았다. 내년에도 ‘최순실과 박근혜’라는 키워드는 우리 사회를 관통할 것이다. 특검 수사 결과가 나오고 헌법재판소가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을 내린다. 그러고 나면 곧바로 대선 국면이다. 국운을 결정짓는 절체절명의 한 해가 펼쳐진다. 이 과정은 정치권의 당리당략으로 국민을 두 동강 내는 혼란의 시기가 아닌 진실과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가는 산고의 시간이 돼야 한다. 정유년이 병신년의 시즌2가 돼서는 결코 안 된다. 이제 닭의 해를 맞는다. 내년은 알 속의 병아리가 껍질을 깨뜨리고 세상에 나오기 위해 껍질을 쪼는 것과 같은 ‘줄탁동시’의 해가 돼야 한다. hanu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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