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스터’는 27일 25만264명을 동원, 누적 관객수 352만5661명을 기록하며 개봉 2주차 평일에도 하락세 없는 흥행 열기를 이어가고 있다. 그 중심에는 능수능란하고 입체적인 연기로 배우의 진가를 확인시킨 김우빈이 있다.
최근 삼청동에서 만난 김우빈은 취재진의 질문에 귀를 열어놓고 경청하고 그에 걸 맞는 진중한 답변을 들려줬다. 단순히 인터뷰 현장에서 예의를 차리는 배우의 모습과는 달랐다. 비슷한 질문이 계속 나와도, 혹은 엉뚱한 질문이 나와도 ‘최대한 성실하게 답변하겠습니다’란 태도는 쉽사리 나올 수 없는 것. 그런 점에서 ‘예의바른 청년’이란 소문이, 소문이 아닌 ‘진실’이었음을 몸소 체험하게 한 인터뷰였다.
인터뷰 내내 그가 가장 많이 한 이야기는 ‘연기에 대한 고민’이었다. 그의 말에 따르면 “관객분들과 배우인 제가 공통으로 느끼는 중간 지점을 찾아내고 싶다”고 했다.
“계속해서 고민하고 있어요. 배우로서 관객들과 같이 소통하고 공감하고 싶어요. 연기라는 게 ,너무 다른 사람들이 하고 또 보는 건데... 그 속에서 같이 느끼는 한 지점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그 지점이 어디인지 모르겠지만. 그 작품 혹은 그 상황에서의 아주 잠깐 혹은 몇 초 사이의 그 지점을 찾아가보고 싶어요.”
영화 ‘마스터’ 속에서 김우빈은 진회장(이병헌)의 파트너이자 지능범죄수사팀장 ‘김재명’(강동원)과의 사이에서 자신만의 생존 방안을 모색하는 타고난 브레인 ‘박장군’ 으로 나선다. 두 남자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박장군의 모습은 관객들의 마음을 다양하게 뒤흔들어놓는다.
공감의 지점을 찾아가는 배우 김우빈에게도, 박장군은 관객들까지 속여야 하는 캐릭터라 결코 쉽지 않았다고 했다.
“처음 시나리오를 봤을 땐 저도 많이 헷갈렸어요. 이 아이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지? 도대체 어느 편에 가려고 하지? 계속 궁금증이 생겼거든요. 그래서 더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제가 느꼈던 부분들을 어떻게 하면 연기로 더 잘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했어요. 어떤 장면에서는 조금 더 애매하게 보일 수 있도록 했어요. 감독님도 이 부분에선 열려있으셨어요.
장군이란 인물을 천재 혹은 어떤 한 틀에 가둬두고 싶은 마음은 없었어요. 이 인물이 살아있어야 중간 중간 환기도 되고, 웃음을 드릴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이병헌, 강동원, 진경, 엄지원 등 대선배들과 호흡한 김우빈은 캐스팅 소식을 듣고 2가지 생각을 했다고 한다. 우선 “폐를 끼치지 말자”와 다른 하나는 “힘 빼고 재미있게 놀아보자”이다.
“캐스팅 소식을 듣고 기쁘면서도 부담이 됐어요. 제가 너무 막내인데 분량도 많이 나오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야 하는 캐릭터인 게 조금은 걱정이 됐어요. 여러 인물을 만나야 하는 장군이가 중간에서 흐름을 조금이라도 놓치게 되면 안 되잖아요. 그래서 흐름을 놓치지 않는 선에서 장군이가 살아있으면 좋겠다는 그림을 그리고, 힘 빼고 재미있게 놀아보자는 생각을 했어요. 제가 욕심내는 순간 전체가 흔들릴 게 보이니까요.”
배급관에서 영화를 봤다는 김우빈은 “제 장면이 나올 때마다 도망가고 싶었다” 며 “연기에 아쉬움도 남고 후회가 되기도 하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어요.”라는 소감을 남겼다. 그럼에도 ‘이병헌, 강동원 선배들과 보낸 5개월의 시간이 너무 값지다’며 활짝 웃는다.
그의 표현이 인상적이다. “제가 그렇게 배우고 싶었던 과목의 학원을 다닌 느낌이랄까요. 그 시간이 기다려지기도 하고, 되게 좋았어요. 5개월이란 시간이 너무 빨리 간 점이 아쉽죠.”
김우빈은 이병헌을 ‘진회장의 피와 땀이 바로 쏟아져나오는 수도꼭지’에 비유했고, 강동원을 ‘그냥 보기만 해도, 그저 같이 있기만 해도 좋은 선배’라고 칭했다.
“두 선배들의 너무 열정적인 모습에 반했어요. 병헌 선배는 촬영장 자체를 즐거운 공간으로 만들려고 하시더라구요. 자기의 작업 공간이기도 하니까요. 막내 스태프들까지 다 같이 챙긴다는 게 힘들텐데 다 챙겨주셨어요. 그 와중에도 농담까지 던지세요. 카메라가 돌아가지 않는 매 순간에도 진회장으로 살고 있다는 점이 놀라웠어요.
동원이 형도 김재명으로 계속 사셨어요. 선배의 눈을 보는 것 만으로 공부가 되던걸요. 저도 나중에 후배들이 생긴다면 보여줄 수 있어야 할텐데... 아직은 부족합니다.“
2008년 서울패션위크에서 모델로 데뷔한 김우빈은 2011년 KBS 드라마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통해 연기자의 길로 들어섰다. 이후 ‘기술자들’, ‘스물’, ‘함부로 애틋하게’ 등 다양한 작품으로 관객을 만났다.
소극적인 성격이라 사람 눈도 제대로 못 쳐다본 고등학생은 ‘모델학과 교수가 되고 싶다’는 막연한 꿈을 갖고 모델학과에 전화를 해 캠프에 참여하는 적극성을 보이게 된다. 부모님 역시 그 어떤 반대도 없이 적극 지원해줬다고 한다. 천천히 모델 길을 밟아온 고등학생은 배우고 또 찾아가면서 배우의 길에 들어섰다.
“제 몸 안에 있던 제가 알지 못했던 걸 끌어낼 수 있어 좋았어요. 이건 뭐지?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게 제 몸을 통해 나오는 걸 보며 설렘을 느꼈던 기억이 나요. 뭔지 모르겠지만 계속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미친 듯이 연기에 빠져들었어요.”
모델과 배우의 일을 병행하고 있는 김우빈, 그는 “정답이 없다는 점이 두 일의 공통점이자 매력 포인트이다”고 말했다.
“저는 모델 일과 연기 일 둘 다 좋아요. 그 이유는 기본은 있지만 정답이 없다는 점이요. 제가 연구한 만큼, 또 고민한 만큼 다른 결과물이 나와요. 한 컷 안에 나의 감정과 콘셉트를 다 담아내야 해요.
연기도 정답이 없으니 가장 정답에 가까울 것 같은 그 지점을 향해 고민하며 나아가고 있어요. 아직도 연기가 뭔지 모르겠고, 제가 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어요. 최대한 정답에 가까운 걸 찾으려고 하는 게 결국 정답 아닐까요?“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하나 하나 배워간다는 게 재미있다”고 말하는 20대의 바람직한 배우, “뭘 그렇게 배웠고, 뭐가 그렇게 재미있냐고 물어보면 할 말이 없어요. 그냥 재미있어요. 그렇게 하나 하나 찾아가는 과정이 좋아요.”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영리한 판단력, 타고난 브레인을 갖춘 박장군이 그렇게 앉아있었다. 인터뷰어와 인터뷰이가 공통적으로 느끼는 중간지점을 잘 찾아내고자 한 배우 김우빈으로도 기억될 듯 하다.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