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과 결별하면서 중도층 포용을 위한 확장성 확보의 기반을 마련한 개혁보수신당(가칭)이 각 정치 세력과의 이합집산 시도에 본격적으로 나선 모습이다. 야권과의 연대를 통한 개혁 입법과 제3지대 공략을 통한 세 확장을 병행하면서 다가오는 대선정국에서 주도권을 잃지 않겠다는 포석이다.
주호영 개혁신당 신임 원내대표는 28일 오전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는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해 당적을 갖고 있지 않고 예전에 한나라당 소속 도지사로 활동했기 때문에 저희와 지향하는 가치가 그렇게 다르지 않다”며 “저희와 함께 해서 나라를 견인하는 일에 힘을 합쳤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고 밝혔다.
개혁신당의 원내사령탑이 분당 선언 하루 만에 손 전 대표를 향해 ‘공개 러브콜’을 날리며 합종연횡의 신호탄을 쏜 셈이다. 현재 무(無)당적 상태로 세력 규합을 도모하고 있는 손 전 대표는 제3지대의 상징과도 같은 인물이다.
김무성 전 대표와 함께 개혁신당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는 유승민 의원도 최근 “손 전 대표나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 등이 우리 뜻에 동의한다면 충분히 연대할 수 있다”고 공언한 바 있다.
개혁신당이 친박과 갈라서면서 의원 숫자는 기존보다 확 줄었지만 이념적 융통성을 넉넉하게 확보한 만큼 제3지대 공략을 통한 합종연횡이 절실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이름 그대로 ‘개혁 보수’를 표방한 신당은 정책적으로도 야권과 적극 연대할 방침이다. 야권은 당장 내년 2월 임시국회에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대기업 지배구조 개혁,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 등의 개혁법안 입법화를 추진할 예정인데 ‘안보는 보수, 경제는 진보’ 기조를 밝힌 개혁신당과 충분히 조율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주 원내대표는 이날 “공수처, 경제민주화 법안 등은 점진적으로 개혁적으로 다루겠다는 입장”이라며 “전통적인 보수 가치를 중시하면서도 시대에 맞지 않는 것이라든지 국민의 요구가 많은 부분은 수렴해서 가는 게 제대로 된 보수”라고 강조했다. 새누리당은 분당 이후 의석수가 99석으로 떨어졌기 때문에 개혁신당과 기존 야3당이 뭉치면 어떤 법안도 통과를 시킬 수 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합종연횡의 핵으로 일찌감치 떠오른 가운데 친박들로 구성된 새누리당이 반 총장 영입에 실패할 경우 강경파 일부를 제외한 대다수는 개혁신당으로 흡수통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권 관계자는 “반 총장이 다른 세력과 손을 잡으면 새누리당은 사실상 ‘불임정당’으로 전락하는 것”이라며 “대선에서 제대로 된 후보를 못 내는 정당은 존재가치가 없다”고 설명했다.
/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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