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임금체계 개편을 포함한 기업의 인사관리 개편에 대한 관심이 높다. 고성장 및 고출산 환경에서 저성장 및 저출산, 그리고 고령화로 변해가고 있는 우리나라의 노동시장 환경에서 우리 경제가 준비해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 아마도 저성장 기조 속에서도 지속적인 성장을 견인하고 공정한 분배를 가능하게 하는 성장 및 분배 구조의 창출이라고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 수준에서 적절한 임금체계가 필요하다. 이러한 고민은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며 선진국들의 발자취를 살펴보면 많은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서구 국가들은 이러한 임금체계에 대한 고민을 어떻게 해결하고자 노력했을까. 미국은 직무의 상대적인 가치에 따라 기본급이 결정되는 직무급을 운영해오고 있다. 최근에는 민간기업에서 노동시장에서의 임금수준을 반영하는 시장임금 결정방식(market pricing)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나 미국 노동시장의 근간은 직무급 성격의 임금제도 운영이다. 미국은 직무급을 통해 근로자가 수행하는 직무의 가치에 따라 임금 수준을 결정하고 해당 직무에서의 근로자의 성과를 임금에 반영하는 방식을 통해 임금제도를 운영해오고 있다. 독일은 직무급 성격의 임금제도에 숙련급적 요소를 가미한 임금제도를 발전시켰는데 독일은 성과보다는 업무의 종류를 강조하려는 방향을 가지고 있다. 직무평가에 있어서도 지식이나 능력뿐만 아니라 자율적인 행동력 및 의사결정력, 협력, 직원 관리능력 등 조직관리 능력을 고려해 균형을 맞추려는 노력을 보인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생산직 직무에 숙련급 요소를 가진 임금제도를 도입하고자 하는 시도들이 많이 이뤄지고 있다. 이는 근로자들의 숙련을 장려하고 이를 임금에 반영하는 독일식 직무급의 형태와 비슷하다고 하겠다.
일본은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직무중심이 아닌 사람 중심의 그리고 연공급 중심의 인사관리를 하다가 이에 한계를 느껴 직능급 그리고 이후 역할급이라는 대안적인 인사관리 체계를 발전시킨 경험이 있어 특히 주목할 만하다. 일본은 안정적인 인사관리가 필요했던 시기에는 연공급 중심의 임금제도를 그리고 지속적인 성장 위주의 인사관리가 필요한 시기에는 근로자의 직업능력을 강조하는 직능급을 운영했다. 하지만 일본의 경제가 저성장 기조로 들어서면서 임금체계 개혁의 필요성이 대두돼 일본 경제의 위기 타개를 위해 자신들만의 독특한 대안적인 임금관리 제도인 역할급을 발전시킨 것으로 보인다.
서구 국가들의 역사를 살펴보면 경제 위기가 도래하면 인사관리에 있어서 성과중심 인사관리가 강조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미국은 지난 1982년 미국자동차노조(UAW)와 빅3사(포드·GM·크라이슬러)와의 단체협약에서 이윤분배제도를 도입하면서 미국의 성과주의 임금제도가 본격적으로 확산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80년대 초반은 미국의 자동차 시장에 독일이나 일본 자동차가 들어오면서 미국 자동차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기 시작하던 시대다. 일본의 경우에도 1970년대까지 경제가 안정적으로 성장하던 시대에는 연공급적 성격의 호봉제가 운영되다가 1990년 이후 일본 경제의 거품이 꺼지면서 성과와 연동된 변동급의 비중이 높은 임금체계로 전환하게 된다.
우리나라 경제도 이미 철강이나 조선업은 빨간불이 켜졌고 자동차·화학, 더 나아가 전자 산업에서도 위기가 도래할지 모른다는 예측이 나타나고 있다. 선진국들이 경제위기를 탈출하기 위해 고민했던 임금체계 문제가 이제 우리나라에도 당면 문제로 다가오는 것이다. 임금체계에 정답은 없다. 다만 각 국가가 가지고 있는 노동시장, 업무방식, 그리고 근로자 특성에 적합한 임금체계를 모색하는 것만이 최선은 아니더라도 차선의 방법이 될 것이다. 이제 우리나라의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고민의 주사위는 우리나라 노사정 주체들에게 던져졌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현실 속에서 미래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흙 속의 진주를 찾아 나가는 노력이 필요한 시기이다.
오계택 한국노동연구원 임금직무혁신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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