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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저축성 보험 비과세 축소 -반대

김재현 상명대 산업대학장 (보험경영학과 교수)

노후대비 저축 의지 꺾는 역효과 불러

연금보험 등 장기 저축성보험의 비과세 혜택이 크게 줄어들면서 보험업계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지난 27일 일시납 저축성보험의 비과세 한도를 현재 납입액 2억원에서 1억원으로 줄이는 내용의 개정세법 시행령 개정안이 발표됐다. 현재 저축성보험은 10년 이상 유지하면 이자소득에 대한 세금(15.4%)이 면제된다. 그러나 2017년 2월 시행예정인 개정안에 따르면 일시납 보험은 1인당 보험료 합계액 1억원 이하, 월 적립식은 월 보험료 150만원 이하일 경우에만 비과세혜택이 가능하다. 비과세 축소 찬성 측은 1억원 이상 연금보험 가입자에 대해 비과세를 줄이는 것이 조세 형평성에 부합된다고 주장한다. 이에 반대 측은 현재 국민연금의 실질소득대체율이 극히 낮은 수준에서 비과세 축소가 오히려 노후대비를 위한 저축 의지를 꺾을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양측의 견해를 싣는다.

김재현 상명대 교수




비선실세 국정농단으로 나라를 이 지경으로 몰아넣은 박근혜 정부가 출범 1년이 채 안 돼 개인연금저축 세제혜택을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바꾼 적이 있었다.

소득공제는 소득세율이 높은 부자에게 보다 많은 세제혜택을 주므로 형평에 어긋난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증세 없는 복지확대라는 황당한 공약을 지키기 위해 세수를 확보하려는 꼼수가 숨어 있었다. 그러나 기세등등한 과세형평의 논리 앞에서 장차 가져올 부작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작아질 수밖에 없었다.

많은 선진국들은 소득수준을 고려한 다양한 제도를 통해 국민의 노후준비를 지원하고 있다. 대개 개인의 노후저축에 대해 소득공제가 제공되는 반면 상대적으로 세제혜택이 적은 저소득계층을 위해서는 정부가 보험료의 일부를 보조함으로써 이에 동참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독일의 리스터연금제도로 저소득층과 다자녀 가정에 일정한 정부보조금을 제공해 개인연금에 가입하도록 하고 있다. 이 같은 정책들은 인구 고령화로 인해 더 이상 공적연금에만 의존할 수 없는 현실 인식에서 비롯된다.

이 점을 미리 깨달은 지난 노무현 정부는 비난을 감수하고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을 축소했던 것인데, 박근혜 정부는 이를 조금이나마 보완할 수 있는 수단인 연금저축의 근간을 흔들어 놓았다. 물론 당시 연금저축을 해약했던 사람들이 먼 훗날 그나마 연금저축이라도 가지고 있었더라면 하는 후회와 원망은 당장의 재정 확보에 급급한 현 정부의 관심 밖일 것이다. 그런데 최근 보험연구원에서 국세통계 연보를 분석해보니 당시 세액공제 전환으로 연금저축이 감소한 효과는 고소득층이 아닌 중저소득층에서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참으로 후세대에게 낯을 들기 어려운 정책이었다.





그런데 당시 상황이 최근 정부와 국회에서 장기저축성보험에 대한 세제혜택 한도를 2억원에서 1억원으로 축소하려는 세법개정을 통해 다시 벌어지고 있다. 10년간 2억원을 보험회사에 묶어놓을 정도의 가입자라면 세제혜택을 받으면 안 될 부자라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두 가지 점에서 정책적 실패가 예상된다. 우선 일시납 2억원으로 10년을 기다려 65세부터 받을 종신연금액이 대략 60만원 정도다. 60만원은 보기에 따라 큰 금액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가입자들이 대부분 국민연금 안에서는 소득재분배를 위해 저소득층 대비 낮은 연금혜택을 감수하는 계층이다. 국민연금의 대의를 위해 상대적 차별도 감수하고 소득세도 꼬박꼬박 냈던 납세자들이 노후를 위해 10년을 기다린 보상마저 빼앗긴다면 이런 국가에서 누가 열심히 노후대비 저축을 하려고 하겠는가. 인구 고령화와 국가재정 부담으로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을 오는 2028년까지 40%가 되도록 매년 0.5%포인트씩 낮춰가는 지금 국민의 노후대비 저축 의지를 꺾으려는 정부와 국회의 정책은 반드시 재고돼야 한다.

둘째, 이번 세제혜택을 줄이려는 또 다른 목적이 부자들로 하여금 저축이 아닌 소비를 하도록 유도해 경기 침체를 벗어나려는 데 있다는 해석이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만약 사실이라면 참으로 순진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세제혜택을 줄인다면 부자들은 차선의 투자처를 찾을 것이다. 왜냐하면 부자는 2억원을 제외하고도 쓸 돈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세제혜택을 줄인다면 제일 타격이 큰 사람들은 남편 사후 상속받은 집을 팔아 마련한 돈에서 2억원을 뚝 떼어 보험회사에 넣어놓고 10년 후 탈 연금을 기약하는 우리 이웃의 아주머니나 할머니일 것이다. 혹자는 주택연금이 있다고 할지 모르나 개인 선택의 폭을 정부주도형 제도로 좁히는 것이 옳은 것인지, 또한 모두가 주택연금으로 돌아서면 장기적으로 고령화로 인해 주택가격 하락이 불 보듯 한데 제도를 시행한 금융기관의 적자를 정부가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 결국 최종 부담자는 미래의 젊은 세대라는 점도 생각해보자.

이런저런 소비의 유혹을 이겨내며 장기저축을 통해 노후를 대비하는 국민의 노력 의지를 꺾는 일이 되풀이돼서는 안 될 것이다. 전 세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하향 평준화식 노후준비 정책은 지금 우리가 편하자고 미래의 젊은 세대에게 부담을 떠넘기는 무책임과 안일함일 수밖에 없다. 지금으로부터 20년쯤 지난 2035년이면 우리 사회는 65세 이상 인구비중이 30%에 달하는 초고령화 사회가 된다. 그때쯤에 자식에게 손 벌리기는커녕 소비를 통해 경제를 받쳐줄 여력이 있는 노인들이 많으면 정말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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