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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한일 위안부 합의 무효화·재협상

김창록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0년 전보다 후퇴된 내용…당장 폐기를"

한국과 일본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합의한 지 1년을 맞아 재협상하거나 무효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2015년 12월28일 한일 양국은 외교충돌 국면을 봉합하는 조치로 위안부 문제를 합의하고 일본이 책임을 인정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본이 치유사업으로 10억엔도 지원했지만 일본의 계속되는 역사 왜곡과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소추에 따른 정국장악력 약화로 합의 이후 이어져온 부정적인 국내 여론이 거세지는 양상이다. 무효·재협상 찬성 측은 일본의 진정한 책임과 반성이 없는 잘못된 합의가 양국 정부의 정치적 선언에 불과한 만큼 폐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한국이 합의무효를 선언할 경우 우리의 국제 외교적 부담이 커지고 양국관계가 파국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는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양측의 견해를 싣는다.





● 日 진상규명·역사교육 등 전혀 담겨 있지 않아

● 박근혜 정부 막무가내式 강행으로 아픔 배가

● 정치적 선언에 불과…정의로운 해결 나서야



‘박근혜 게이트’에 관한 가공할 사실들이 연일 보도되면서 ‘이게 나라냐’라는 탄식이 깊어만 가고 있다. 범죄를 철저히 밝혀 단호하게 처벌해야 한다. 동시에 아직은 ‘정책’인 듯이 보이는 잘못들도 세세하게 따져 바로잡아야 한다. 지난 2015년 12월28일에 발표된 한일 위안부 합의가 그 대표적인 예이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본질은 한반도를 포함한 아시아의 다수 여성을 강압적으로 끌고 가 성노예를 강요한 범죄에 대해 가해국인 일본이 국가적 차원에서 범죄사실 인정, 공식사죄, 배상, 진상규명, 역사교육, 위령, 책임자 처벌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피해자들이 지난 4반세기가 넘는 오랜 세월 동안 노구를 이끌고 전 세계를 돌며 호소해온 것이며 그들의 간절한 호소에 공감한 국제사회가 거듭 확인해 보편적 상식이 된 것이다.



그 상식에 비춰 한일 위안부 합의는 애당초 잘못된 것이다. 아베 정부의 사과와 반성은 이미 1995년 한국인 피해자들에 의해 거부된 일본의 ‘아시아여성평화국민기금’의 애매한 수준에 머물렀다. 1993년의 ‘고노 담화’에서 일본 정부가 천명했던 강제성의 명확한 인정과 지속적인 진상규명 및 역사교육의 다짐은 전혀 담겨 있지 않으니 오히려 20년 전보다 후퇴한 것이다. 그럼에도 박근혜 정부는 ‘최종적·불가역적 해결’과 ‘국제사회에서의 비난·비판 자제’를 합의해줬고 심지어 평화비(소녀상)에 대한 일본 정부의 ‘우려’가 ‘적절히 해결되도록 노력’하겠다는 약속까지 해줬다. 피해자들과 시민들이 합의 직후부터 절대 반대와 무효화를 절절히 외치고 있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그럼에도 박근혜 정부는 군사작전을 감행하듯 합의 이행을 밀어붙였다. 아베 정부가 10억엔은 “배상금이 아니다”라고 거듭 못 박는데도 ‘배상적 성격의 돈’이라고 우겼다. 피해자들이 반대하는데도 ‘화해치유재단’의 설립을 강행하고 10억엔의 ‘치유금’을 서둘러 받았다. 국내외의 수많은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정부에 등록된 피해자에게 돈을 전달하는 일에만 매달렸다. 심지어 고령의 피해자들을 무리하게 찾아가 사실과 다른 장광설을 늘어놓고는 ‘반대한다고 하지 않았으니 찬성’이라고 우기며 피해자들을 찬성파와 반대파로 편 가르는 작태까지 서슴지 않았다.

잘못을 저지르고서 아니라고 우기며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는 ‘박근혜식 농단’의 전형이다. ‘성노예’라는 심각한 피해를 당한 고령의 피해자들에게 명분 없는 돈을 흔들며 또 다른 아픔을 추가하는 기본적인 예의조차 찾아볼 수 없는 참담한 행태다. 더구나 책임 추궁을 당하며 전전긍긍하던 아베 정부가 합의 이후 돌연 태도를 바꿔 ‘강제연행은 없었다’ ‘성노예 아니다’ ‘소녀상 철거 약속을 지켜라’ ‘추가 조치라니 무슨 소리냐’며 도리어 큰소리를 치고 있는 상황임에랴.

한일 위안부 합의가 잘못된 것이라는 사실은 이미 국민적 상식이다. 무엇보다 고령의 피해자들이 “위로금이라고 돈을 받는 것은 정부가 할머니들을 팔아먹는 행위”이며 “1원이라도 법적 배상금을 받아야 한다”고 절규하고 있다. “25년 동안 쌓은 탑을 하루아침에 무너뜨리는 것”이라며 단호하게 반대하고 있다. 폐기하는 것 이외에 달리 길이 없다.

인간 사회의 모든 약속이 그렇듯이 정부 사이의 합의도 잘못된 것임이 확인되면 폐기할 수 있다. 게다가 위안부 합의는 국회의 비준을 거친 조약이 아닐뿐더러 애당초 양국 정부의 대표자가 서명 날인한 합의문조차 없다. 박근혜 정부와 아베 정부가 공동으로 발표한 정치적 선언에 불과한 것이다.

물론 정치적 선언이라도 상대가 있는 약속인 이상 폐기에 따르는 부담이 없을 수는 없다. 그래서 ‘국익’을 내세우며 폐기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과연 국익이란 무엇인가. 자국민의 참담한 피해에 대해 명백하게 잘못된 합의를 해놓고 그것을 밀어붙이며 오히려 피해를 키우는 것이 과연 국익을 위한 길인가. 도대체 어떤 국가이고 어떤 이익인가. 잘못이 있으면 바로 잡고 국민의 아픔을 해결하기 위해 끝까지 애쓸 때, 그래서 외국으로부터 업신여김을 당하지 않는 당당한 위상을 가지게 될 때 비로소 국가다운 국가가 될 수 있을 터이다.

위안부 합의를 폐기하고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을 향해 최선을 다해 나아가는 것이야말로 진정 국익을 위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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