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보기관 수장들이 이구동성으로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설을 거듭 확인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해킹 배후를 ‘러시아가 아닌 다른 누군가’로 지목한 가운데 주요 정보기관들은 민주당 전국위원회(DNC)와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캠프 인사들의 e메일을 해킹한 주체가 러시아와 연관돼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하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제임스 클래퍼 국가정보국(DNI) 국장과 마이클 로저스 국가안보국(NSA) 국장 겸 사이버사령관, 마르셀 레트라 국방부 정보담당 차관은 이날 상원 군사위원회 주최 ‘러시아 해킹 청문회’에서 “러시아 최고위급 관리들만 그런 데이터 절도행위를 승인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청문회에서는 트럼프의 핵심 측근으로 분류되는 로저스 국장도 러시아가 해킹의 배후라는 점을 인정해 눈길을 끌었다.
특히 오는 20일 사임할 예정인 클래퍼 국장은 정보기관에 대해 공개적으로 불신감을 드러낸 트럼프 당선인에 대한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그는 “정보기관에 대한 공적인 신뢰와 확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미국 정보기관에 대한 (당선인의) 폄하와 관련해 다른 나라 파트너들의 많은 우려를 접했다”고 말하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미 정계에서는 트럼프가 취임 이후 정보당국의 감원 등 구조조정을 계획 중이라는 설도 돌고 있다.
미 정보기관들은 이번 청문회에서 공개한 내용을 포함해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 의혹을 뒷받침하는 증거를 담은 보고서를 6일 트럼프 당선인에게 보고할 예정이다.
한편 트럼프 당선인은 차기 행정부의 국가정보기관을 총지휘할 DNI 국장에 댄 코츠 전 상원의원을 지명했다. 코츠 의원은 인디애나주 상원의원을 10년 이상 지낸 베테랑 정치인으로 지난해 말 은퇴하기 직전까지 정보위원회 소속으로 활동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재임 시절에는 주독일 미국대사로 일했다.
/이수민기자 noenem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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