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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콘버스]<1>또 다시 역대급 된 'AI' 파동…'사후약방문'은 필요 없어!





블랑크: “밀러야~! 토스트 먹고 싶은데 나가서 계란 좀 사올래?”

밀러: “야 블랑크!ㅋㅋ 너 귀족이다? 요즘 같을 때 계란? 요즘 AI 때문에 계란 값 인상돼서 울상짓는 가게 정말 많던데”

블랑크: “하긴 요즘 계란 한 판을 2배 이상 주고 사먹어야 하잖아”

밀러: “그러니깐… 다들 어떻게 생각하는지 얘기 좀 한 번 들어보자”



3일 오후 통일로 9번 일반 국도를 달리던 ‘이콘버스’ 블랑크가 길가 상가 앞에 멈춰섰다.

상가 1층에는 평소 직장인들이 즐겨 찾는 분식집이 정 가운데 위치해있다.

점심식사를 마친 직장인들이 떠나고 잠시 한산해진 분식집 사장은 무언가 동료들과 고민을 나누는 듯 했다.

블랑크는 냉큼 문을 열고 들어가 사장님께 물었다.

블랑크: “사장님, 요즘 AI 때문에 계란 값 문제가 심각하다는 데 가게는 좀 어떠세요?”

사장: “아이고, 힘들지. 힘들어. 원래 우리 가게에 꾸준히 물건을 대주는 사람(도매상)이 있는데, 이 분도 얼마 전에 물건이 없어서 공급을 못하겠다고 말씀하시더라고. 그래서 마트에 갔더니 글쎄 30개들이 한 판 가격이 1만1,000원까지 올라가더라”





좀 더 구체적으로 물으니, 평소 이 분식집 사장은 도매상에게 4,500원으로 계란 한 판을 주문했다고 한다.

그런데 최근엔 그 가격이 2배 이상인 9,500원까지 올랐고, 이젠 그 가격으로도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

AI 파동 소식이 들렸던 지난해 말, 설마 가게 운영이 어려워질까 싶었는데 점차 문제가 커져 열흘 전부터는 사장도 그 어려움이 급격히 체감됐다고 하는데…

사장은 앞으로 이 상황이 지속된다면 어쩔 수 없이 손님에게 양해를 구하고 각 음식에 계란을 안 넣을 생각도 한다며 슬픈 표정을 지었다.

마음이 착잡해진 블랑크는 근처에 보이는 파리바게트 프랜차이즈로 방향을 틀었다.

아무래도 식빵, 머핀 등 계란이 많이 들어가는 빵 장사가 가게 운영을 하기 더욱 어려울 것 같은 생각에서다.



역시나 블랑크가 요즘 상황이 어떠냐 묻자, 사장은 요즘 가게 운영의 어려움을 털어놨다.

사장: “지금 계란이 많이 들어가는 머핀과 카스텔라는 판매하지 않고 있어요. 원래 본사 발주량에 제한이 없었는데 지금은 1일 1판으로 정해졌지요. 본사에서 사오지 못하는 계란은 직접 물건을 구해서 채울 수밖에 없고요. 본사 발주 제한을 겪은 건 한 2주 반 정도 됐어요. 포장이 된 생지품은 본사에서 들여오니 문제가 없는데, 매장 인기 식품인 샌드위치, 아침용 제품은 계란 프라이가 필수라 제조할 때 제약이 돼요”



5일 농림축산식품부가 0시 기준으로 밝힌 AI실태보고에 따르면 고병원성 AI로 전국에서 살처분된 산란계가 무려 2,255만 마리라고 한다.

이는 전체 사육 수의 32.3%에 해당하는 수치다. 산란종계(번식용 닭: 씨닭)는 전체의 48.3%인 41만 마리가 살처분됐다.이렇게 되면 계란 공급이 급격히 줄어 계란 가격은 급등하게 되고, ‘부르는 게 값’인 상황이 되는 건 시간 문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지난 1일 발표한 바에 따르면 벌써 특란(중품) 30개 한 판이 8,237원으로, AI최초신고날인 2016년 11월 16일 5,678원보다 47% 올랐다. AT가 계란값 집계를 시작한 지난 1996년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서울시내 한 계란 도매상에서 업체 대표가 텅빈 계란 창고를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블랑크가 지난 주 들렀던 농협 계란 판매 매대도 텅 비어 있어 계란 구입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 됐다.

블랑크가 평소 알고 지내던 농협 농축수산물 과장에게 연락하자 그는 바로 어려운 속사정을 털어놓았다.

농협 관계자: “사실 지금까지 AI파동이 있어오긴 했지만 지금처럼 역대급 규모는 없었어요. 사실상 처음인 것 같아요. 식자재 매장 매대가 텅 비어 있는 상태고, 저희도 한국양계 등지에 계속 소량공급 요청을 하고 있어요. 전국 산지 매장은 가격이 65.9%까지 올라버렸네요. 저희 농협은 서민들을 위한 기관인데 어찌할 방도가 없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있습니다”





농식품부는 35톤 규모의 수입산 계란을 받아오겠다고 했지만 그게 정확히 언제가 될 지는 아직 모른다. 3월까지 산란종계 13만 마리, 6월까지 산란계 50만 마리를 함께 수입할 계획이라고만 밝힌 상태다. 현재 8%인 산란계 수입관세를 0%로 할 방침이다. 또 산란계 수입에 항공료를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무엇보다 블랑크는 지금같은 계란 파동에서 예방 ‘골든타임’을 놓쳐 살처분만 거듭하는 현실이 갑갑하기만 하다. 지난 2014년 말 AI파동 때도 살처분한 오리와 닭이 2014년 11월 말까지 모두 1,446만 마리(2014년 12월 5일 농림축산식품부 공식 발표)로 당시 연간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정부는 다음해인 2015년 5월까지 특별 방역대책 기간으로 정하고 방역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며 ‘AI, 구제역 방역대책 상황실’을 설치하고, 전국 공항과 항만 41개소를 대상으로 특별점검반을 운영하겠다고 했지만 다시 1년 뒤 터진 AI파동에 속수무책이었다.

2014년 1월 고창 AI 파동때는 ‘가축 이동중지명령’을 내리는 등 전염병 확산을 막는 시도도 했지만 역시 이도 예방책은 아니다. 지난해 11월 11일 발견된 H5N6형의 AI 바이러스는 민간대학 연구팀이 충남 천안 봉강천에서 채취한 시료에서 검출됐다. 하지만 정부는 5일 뒤인 전남과 충북 가금류 사육 농가에서 AI가 발생하자 그제서야 방역대책본부를 차리고 비상 시스템을 작동시켰다. 지금 벌써 살처분된 가금류 규모는 4일 기준 3,033만 마리로 또 다시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하고 있다.

초기에 사람과 차량을 제대로 통제한다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AI. 지자체 관리 부실과 안일한 대응으로 구멍이 뚫린 방역 시스템에 그동안 공들여 만든 AI방역 매뉴얼은 이번에도 휴지조각이 됐다.

‘양계 수입 지원’, ‘생계소득 지원금’ 등 매번 사후약방문 식으로 흘러가는 모습에 답답한 블랑크는 오늘 버스운전을 마친 후 정부 농식품부 게시판에 글을 남기기 위해 컴퓨터 앞에 앉았다.

*서울경제 ‘이콘(Econ)버스’(이코노미‘Economy’의 약자)는 ‘이콘버스’인 블랑크가 친구인 밀러(택시), 클라우드(오토바이), 롱보드(지하철) 등 귀여운 운전수단 캐릭터들과 함께 우리 일상의 경제 소식을 쉽고 재미있게 전해주는 스토리텔링형 기사입니다. 다소 어렵고 복잡한 경제 이슈도 캐릭터가 설명해주면 이해가 쏙쏙~ 독자 여러분, 모두 이콘버스와 함께 전국 방방곳곳 돌아볼까요?

/정수현기자 valu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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