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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코칭] 친밀한 새해를 소망하며

이상화 드림의교회 담임목사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 사무총장

한치 앞도 모를 불안한 세상

신뢰관계만이 평안 줄 수 있어

내가 기댈 이 찾는 것도 좋지만

먼저 타인에게 그런 사람 되기를





새해가 밝았다. 한 번도 걸어 가보지 않은 길 앞에서 매년 그랬듯이 마음속에 설렘과 불안함이 교차한다. 어떤 일들이 일어날지, 또 어떤 상황을 만날지 모른다. 새해 벽두부터 좋은 이야기를 해야 하지만 들려오는 소식들은 대내외적으로 여전히 불확실과 불가능과 불안함이 가득한 삼불(三不) 이야기들이다. 연구소들의 새해 트렌드 분석서를 읽어봐도 질서와 정의·상식이 무너진 상황 속에 오로지 믿을 것은 자기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한 해가 될 것이라 한다. 어느 조사기관에서는 지금 우리나라 사람 10명 중 9명은 우리 사회가 불안하고, 새해 역시 그 불안이 가중될 것으로 느낀다고 보고하고 있다.

불안이 얼마나 사람의 일상을 갉아먹는 무서운 존재인가 보여주는 이야기가 있다. 할머니 한 분이 40년 동안 암으로 죽을까 봐 늘 불안했다고 한다.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는 것은 물론이고, 조금이라도 탄 음식은 먹지 않고 자기건강관리를 철저히 하면서 살았다. 그런데 결국 암은 아니지만 신경쇠약에 걸려 합병증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의사가 하는 말이다. “우리 건강에 암보다 훨씬 무서운 것은 불안이다.”

결국 문제는 ‘불안한 세상을 어떻게 평안을 누리며 사는가’로 귀착된다.

그래서일까. 새해 들어 역시 앞날의 길흉화복을 예측해준다는 운세산업이 호황이다. 삶이 힘겨울수록, 미래가 불확실하다고 느껴질수록 역술은 심리적 불안 해소의 비상구 같은 역할을 역사적으로 해왔다. 점을 봤을 때 길한 일들만 있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면 좋겠지만 설사 앞으로의 운세가 나쁘게 나왔다고 해도 별문제는 없다. 일이 잘 안 풀리고 꼬이고 벽에 부딪히면 그것은 나쁜 운 때문이라고 치부하면 되니 불안한 미래를 살아가는 데 도피처 하나쯤 갖는 셈이다. 그러나 역술전문가들의 운세 적중률을 최대로 봤을 때 70~80% 정도라고 한다. 점 보는 것 역시 온전하게 신뢰할 수 있는 불안 해소 방법은 아닐 듯싶다.

도대체 불안한 세상 속에서 새롭게 주어진 날들을 어떻게 걸어가야 할까.





어느 해 연말인가 성탄을 맞아 부모를 북에 두고 온 탈북 청소년들이 공부하고 생활하는 ‘무연고탈북청소년대안학교’에서 함께 밥을 먹고 성탄예배를 드릴 기회가 있었다. 어른들도 아무 연고가 없고 의지할 사람이 없으면 막막하고 불안이 극에 달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날 만난 13살부터 20살까지의 그 젊은 청춘들은 대한민국 땅에서 연락을 주고받을 부모 형제와 친척들이 아무도 없다고 했다. 함께 식사하던 중학생쯤으로 보이는 한 친구에게 “혼자서 살아갈 만하니?”하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에게서 돌아온 대답이다. “북한에 있는 어머니가 어떻게 됐는지 너무 불안해요. 저는요, 자나 깨나 어머니 생각밖에 안 해요. 한 번만 어머니 목소리를 들었으면 좋겠는데….” 그러고 말을 다 맺지 못했다. 결국 그 친구에게는 다른 무엇보다 부모님과의 관계 여부가 불안감을 가져다주는 원인이라는 것을 확인하면서 어른의 한 사람으로서 정말 마음이 아팠다.

“관계가 확실할 때 가장 안전하다”는 말이 있다. 평안을 유지하는 가장 확실한 기초는 관계, 바로 깊이 있는 친밀한 인간관계라는 말이다. 사회학자들은 아무리 생소한 공동체에 들어가도 마음 열고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사람 6명만 그 공동체 안에 있으면 안정감을 누린다고 말한다. 결국 신뢰관계가 불안을 물리치고 평안을 가져올 수 있다는 말이다.

부모와 떨어져 불안해 우는 어린아이의 울음소리를 들을 때 친밀한 관계만이 평안함을 가져오는 관건이라는 것을 늘 느낀다. 신뢰할 수 있는 사람, 언제나 마음을 열고 나의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는 사람만 내 곁에 있다면 아무리 세상이 엄혹하고 기우뚱거려도 불안은 사라지고 평안을 누리며 살 수 있을 것이 틀림없다. 그래서 2017년 새해에는 그런 사람을 찾기보다는 내가 먼저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되기를 더욱 소망하며 주어진 날을 은총 속에 걸어가 보려고 한다.

이상화 드림의교회 담임목사·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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