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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3일’ 영동선 겨울여행 72시간…176.5km 시간을 달리는 기차





8일 방송된 KBS2 ‘다큐멘터리 3일’에서는 ‘176.5km 시간을 달리는 기차 - 영동선 겨울여행 72시간’ 편이 전파를 탔다.

경북 영주에서 강원도 정동진까지 176.5km를 달리는 영동선을 타고 가는 기차여행 3일.

산간지대 사람들의 유일한 교통수단이 되어주고 무연탄 등 광물자원을 실어 나르던 영동선 열차. 빠르기만 지향하는 요즘도 영동선은 변함없는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바쁜 일상 속에서 느리게 가는 삶의 여유를 즐기며 소중한 사람들과의 추억을 만들며 열차는 달려간다.

한때는 산간오지의 유일한 교통수단이자 무연탄 등 광물자원을 실어 나르며 산업의 동맥 역할을 수행한 영동선.

산업구조와 교통방식의 변화로 이용객이 급감함에 따라 하루 1번만 열차를 운행하고 있는 고즈넉한 노선이다. 그러나 최근 영동선 열차는 추억과 관광이란 키워드로 새롭게 각광을 받고 있다.

경북 북부와 강원 산간지대의 오지마을과 자연경관, 추억의 간이역들, 옛 영화를 간직한 산간도시, 그리고 동해바다의 탁 트인 풍경까지 다양한 볼거리를 만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옛 모습 그대로 천천히 달리는 열차 속에서 느리게 사는 삶의 여유와 소중한 추억들을 만들어 내는 공간이기도 하다.

“첫사랑을 만난 것처럼 설레잖아요. 이 기차가 느리게 가니까 더 좋아요. 빨리 가면 아쉽잖아요”

- 송창선(59세)

철길이 아니면 접근하기 힘들었던 고즈넉한 경북 봉화군의 오지마을 분천.

2013년 관광열차 운행을 시작하며 협곡열차의 출발점으로 하루에 10명도 찾지 않던 시골 간이역에서 하루 1,500명의 관광객이 찾는 산타마을로 새롭게 전성기를 맞기 시작했다.



역사 곳곳에 마련된 눈썰매장과 산타모형 등 크리스마스의 정취가 묻어나는 이색적인 분위기가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시속 30km로 운행하며 분천역을 출발한 열차는 우리나라 최초의 민자 역사인 양원역에 도착한다. 과거 마을 주민들이 손수 만든 조그만 대합실이 전부였던 이곳은 관광열차가 정차하는 10분간 각종 먹거리와 산나물 등을 판매하러 나온 주민들과 관광객들로 활기가 넘친다.

‘하늘도 세 평이요, 꽃밭도 평이나 영동의 심장이요. 수송의 동맥이다‘ 라는 글귀가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승부역은 나물을 팔러 나온 할머니들의 놀이터이기도 하다. 기차를 중심으로 살아가는 마을 사람들은 열차가 지나고 난 후 다시금 한적해진 역사에 모여 서로 정을 나누며 살아가고 있다.

“기차 없이는 아무데도 못 가고 죽을 지경인데 얼마나 좋아. 기차가 제일 좋아. 우리나라에서 기차가 최고야”

- 김복란(82세)

열차에 올라 풍경과 함께 멀어지는 철길을 바라보다 보면 탄광촌의 추억을 만날 수 있는 철암역과 도계역을 차례로 정차한다. 번성했던 탄광도시인 철암역은 선술집, 다방 등 과거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역사촌. 탄광에서 일했던 지역 출신의 친절한 문화 해설사들의 설명을 통해 탄광도시의 옛 추억을 되살려 볼 수 있다.

탄광 도시들을 벗어난 영동선 열차는 이내 가슴을 시원하게 해주는 동해 바다를 달린다. 묵호역에 내려 묵호어시장을 찾아가면 제철을 만난 대게와 싱싱한 자연산 해물을 맛 볼 수 있다. 열차는 계속 달려서 마침내 종착역인 정동진역에 도착한다. 차가운 바닷바람이 부는 모래사장에 내려 떠오르는 일출을 바라보며 밝은 새해를 꿈꾸는 사람들의 얼굴에서 내일의 희망을 발견한다.

“아무 꿈이나 생각이 없었을 때 일출을 보면서 새로운 각오나 삶에 대한 계획을 세웠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 시간을 갖고 싶었어요”

- 박현규(50세)

[사진=KBS 제공]

/전종선기자 jjs7377@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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