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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소시민’ 한성천, ‘용서받지 못한 자’로 충무로의 러브콜 받았지만...

영화 ‘소시민’의 주인공 ‘구재필’을 연기한 한성천 배우는 아직도 대중들에게는 비교적 낯선 이름이다.

그래도 하정우와 공효진의 국토대장정 도전기를 그린 다큐멘터리 영화 ‘577 프로젝트’에서 중앙대 동문인 하정우와 함께 모두를 속인 기발한 이중 몰래카메라의 주인공이라고 한다면 그제서야 “아 그 사람”이라며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한국판 카이저소제’라는 말까지 나온 이 기발한 몰래카메라를 성공시킨 것처럼 얼핏 평범해보이는 외모 속에 남다른 연기력을 지닌 배우. 그가 바로 한성천이다.

배우 한성천이 인터뷰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 = 오훈 기자




1월 12일 개봉하는 한성천의 첫 스크린 주연작 ‘소시민’은 제목 그대로 살아남기 위해서 회사의 노예가 될 수 밖에 없는 평범한 소시민들의 애환을 그려낸 작품이다. 아내가 살해당한 모습으로 발견되고 자신이 살인용의자로 지목되어 경찰에 쫓기는 가운데서도, 직장에서 해고당하지 않기 위해 상사가 지시한 장부조작을 하려고 발버둥치는 한 남자의 ‘웃픈’ 이야기를 그려낸다.

“제가 캐스팅되고 영화를 연출한 김병준 감독에게 물어봤어요. 왜 사람들이 잘 알지도 못하는 나같은 배우를 주인공으로 캐스팅했냐고. 그랬더니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뭔가 억울해보이고 불쌍해보이는 사람은 제가 대한민국에서 최고라고 하더라고요.”

“정말 운이 좋게도 대학에 입학해 연극에서 주연급으로 3학년까지 계속 출연하며 악역을 많이 했어요. 그러다가 우연히 한 연극에 카메오로 출연을 했는데 관객들이 제 연기를 보고 엄청나게 웃어주시더라고요. 주연보다도 더 박수를 많이 받았어요. 내가 그렇게 웃긴가? 내가 관객을 웃겨야겠다 생각해서 웃긴 것이 아니라 진지하고 억울해질수록 웃기더라고요.”

칭찬인지 욕인지는 알 수 없지만 억울하고 불쌍해보이는 이미지라며 캐스팅된 후에도 한성천의 첫 주연작 ‘소시민’을 스크린에서 만나기까지는 긴 시간이 필요했다. 2015년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되어 나름 주목을 받았지만, 2016년 상반기 개봉이 무산됐고 그렇게 시간이 흐르다 2017년 1월에 극적으로 개봉하게 된 것이다.

“작년 상반기에 개봉하려다가 못한다는 말을 듣고는 개봉이 힘들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개봉에 너무 연연하지 말자. 그래도 부산국제영화제도 초청됐고, 처음으로 주연으로 연기도 해봤으니 이걸로 만족하자고 생각했죠. 그런데 이렇게 1년이 지나 개봉하게 된다는 말을 듣게 되니 ‘잘 됐다’는 생각보다는 ‘감사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어요.”

배우 한성천이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 = 오훈 기자


한성천은 이래저래 무명배우로 지낸 시간만 10년이 훌쩍 넘었지만, 사실 좀 더 빨리 뜰 수 있는 기회도 있었다. 평범한 대학생이던 윤종빈 감독과 하정우를 일약 충무로의 라이징 스타로 주목받게 만든 중앙대학교 졸업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에 한성천 역시 같이 출연했고, 하정우가 제대한 후 내무반의 실세로 거듭나는 상병 ‘대석’이 바로 한성천의 배역이었다.

하지만 ‘용서받지 못한 자’가 부산국제영화제에 출품되어 주목받고 정식 개봉까지 해서 화제에 올랐을 당시 한성천은 29세라는 늦은 나이에 군대에 가 있었다. 동기이자 절친인 하정우는 일찌감치 군대에 다녀와서 ‘용서받지 못한 자’ 이후 승승장구를 했지만, 한성천은 ‘용서받지 못한 자’로 충무로의 러브콜이 들어올 시점임에도 그 자리에 함께 하지 못한 것이다.

“솔직히 지금 와서 아쉬움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죠. 그런데 시간이 흐르고 나니 이런 생각도 들어요. 그 때 만약 ‘용서받지 못한 자’ 덕분에 제 배우인생이 조금은 잘 풀렸다면 지금처럼 ‘배우’라는 일의 소중함을 몰랐을 것 같아요. 그 때도 20대 후반이긴 하지만 그래도 어린 나이거든요. 작은 것에 감사하고 연기를 하는 이 시간의 소중함을 모른 채 그 때부터 연기를 계속해왔다면 저는 오히려 성공하지 못했을 거에요.”

그렇게 오랜 무명의 시간을 보낸 후 한성천은 드디어 첫 주연작 ‘소시민’을 촬영하게 됐다. 그리고 매번 스크린에서 단역 혹은 조연으로만 나오던 자신의 모습이 117분이라는 상영시간에서도 80%가 넘을 정도로 대부분 나오는 모습을 보게 됐다.



영화 ‘소시민’ 한성천 / 사진제공 = 홀리가든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영화를 보고 1년이 지나서 다시 보게 되니 제가 손발이 오그라들어서 영화를 보기 힘들었어요. 영화의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제가 계속 나오니 적응이 쉽게 되지 않더라고요. 영화를 보고 하정우한테 손발이 오그라들어서 보기 힘들다고 했더니 웃으면서 처음엔 나도 그랬다고, 금방 지나갈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격려해주더라고요.”

사실 한성천은 어린 시절 천식으로 인해 항상 체육시간이면 운동장 한 구석에 앉아있던 눈에 띄지 않는 소년이었다. 학교 수업을 받다가 쓰러져 병원에 실려가 산소호흡기를 달고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적도 여러 번 있었다. 그랬던 한성천은 자라면서 지긋지긋한 천식을 떨쳐낼 수 있었고 그 때부터 조금씩 주변의 주목을 받는 것을 즐기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배우’라는 직업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성천은 막연하게 배우의 길을 동경하기 시작했고, 안양예고와 중앙대 연극영화과라는 나름의 엘리트 코스를 밟으며 배우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하지만 대학 졸업 이후에도 한성천은 30대 대부분을 관객들이 알아주지 않는 무명의 조연, 단역 배우로 시간을 보냈다. 그 중에는 하정우와 짜고 친 ‘577 프로젝트’의 이중 몰래카메라나, 하정우의 첫 연출작 ‘롤러코스터’의 ‘한기범 기장’, ‘악의 연대기’의 조형사 등 관객의 시선을 붙잡을 수 있는 인상적인 배역도 있었지만, 그것만으로는 ‘한성천’이라는 이름을 관객의 머리에 남길 정도는 아니었다.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 중에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일을 하며 살아가는 사람은 거의 없잖아요. 모두 살기 위해 일하고, 이렇게 일하지 않으면 안 되니 일을 하는 것이지, 정말 일이 즐거워서 하는 것은 아니잖아요. 그래서 주변에서는 저보고 그래도 하고 싶은 일을 하니 힘들어도 즐겁지 않냐는 친구들도 있어요. 그런데 저도 ‘배우’라는 제가 좋아서 하는 일을 하지만 제 나름의 고충이 있어요.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점에서는 ‘구재필’하고 다르겠지만 그 안에서 느끼는 고충은 비슷해요.”

배우 한성천이 인터뷰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 = 오훈 기자


첫 스크린 주연작인 ‘소시민’에서 한성천이 연기한 ‘구재필’이라는 캐릭터의 삶도 그래서 한성천의 지난 10년 무명배우 인생과 많이 닮아있다. 비록 한성천이 ‘구재필’처럼 조직체계가 분명한 직장생활을 해본 것은 아니지만, 누구도 주목하지 않는 삶을 꾸역꾸역 살아가며 버텨온 삶의 여정은 서로 많이 닮아있었다.

첫 주연작 ‘소시민’이 개봉한 이후에도 한성천에게는 크게 달라질 것은 없을지 모른다. ‘소시민’은 수백만 관객을 동원하며 화제를 모을 만큼 규모가 있는 영화도 아니고, 첫 주연이라고 해도 여전히 관객들에게는 낯선 배우의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힘들지도 모른다. 그래도 한성천은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생각하며 오늘도 열심히 배우의 길을 걸어간다.

“‘소시민’이 개봉한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없다고 생각해요. 다만 달라지는 점이 있다면 제 필모그라피에 ‘주연’이란 타이틀이 하나 생기는 것과, 영화관계자들이 볼 때 한성천이라는 배우가 처음부터 끝까지 극을 이끌어갈 수 있는 배우라는 점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였다는 것이겠죠. 전 이게 정말 중요했고 필요했어요.”

“제 나이도 이제 40대에요. 적은 나이는 아니지만, 영화에서 배우로 살아가기에는 아직은 많은 나이도 아니에요. 제 20대는 정말 아무 것도 모르고 아이처럼 지냈다면, 30대 때는 걸음마를 하며 연기에 대해 배워나가기 시작했어요. 다른 사람들보다는 많이 돌아왔지만 그래도 전 그 시간들을 허비하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저의 30대가 배우로서 오래 가기 위한 준비를 하는 시간이었다면, 이제 40대에는 배우로서 한성천이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줄 시기인 거죠.”

/원호성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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