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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철의 철학경영] 올바른 일인지 아닌지부터 판단하라

연세대 철학과 교수

<40> 美기업 윤리경영 사례

'칼배송' 위해 속도위반 택배원

퇴사자에 '짝퉁' 준 지재권 팀장

"시민의식·업무능력 의문" 징계

지속가능 발전은 옳은일서 시작





미국의 한 택배회사에서 있었던 일이다. 이 회사는 “고객과의 약속을 지켜라”라는 가치를 중시한다. 택배회사에서 가장 중요한 약속은 당연히 정시배송이다. 한 트럭 기사에게 물건이 도착했을 때는 이미 정시배송이 불가능한 시점이다. 심호흡을 하고는 핸들을 잡는다. 기적이 일어난다. 정시배송에 성공한 거다. 고객으로부터 만족카드를 사인받고 회사로 돌아온다. 그리고는 티켓 2장을 동시에 내놓는다. 한 장은 속도위반, 다른 한 장은 신호위반이다. 여러분이 이 회사 최고경영자(CEO)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자비부담을 시키겠는가. 경비처리 하겠는가.

미국의 한 정보기술(IT) 회사에서 있었던 일이다. 25년간 정들었던 직장을 떠나는 한 여직원이 있었다. 부서장이 전 부서원들을 모아놓고 송별파티를 열어준다. 그리고는 선물 하나를 건넨다. 열어보니 시계가 들어 있다. 자세히 보니 명품시계가 들어 있는 게 아닌가. 그 여직원은 눈물을 흘리면서 감동한다. “나를 이렇게까지 생각해주다니.” 2년의 세월이 지났다. 시계가 멈췄다. AS센터에 갔더니, 거기 직원이 “아주머니 이거 짝퉁이에요!”라고 크게 외치는 바람에 시계는 찾지도 않고 뛰쳐나왔다. 집에 와서 생각하니 분하기 짝이 없다. 후배에게 전화 걸어서 그 사실을 알렸다. 결국 회사 사람들이 다 알게 됐다. 여러분이 이 회사 CEO라면 해고 시키겠는가. 안 하겠는가. 참고로 그 부서장은 지적재산권 보호팀장이다.

마지막 케이스다. 미국의 한 콜라 회사에서 있었던 일이다. 거래처에 콜라를 다 배달하고 돌아가는 트럭 기사가 있었다. 더운 여름에 갈증이 목구멍 끝까지 치받고 올라온다. 자판기 앞에 차를 세웠다. 아뿔싸! 자사 콜라가 보이지 않는 게 아닌가. 잠시 멈칫하더니 결국 마신다. 제복을 입은 채 경쟁사 콜라를 마시는 모습이 너무나 재미있어서 지나가던 네티즌이 찰칵하고 사진 한 장을 찍는다. 그리고는 그 사진을 인터넷에 올린다. 여러분이 이 회사 CEO라면 그 기사를 해고 시킬 것인가. 말 것인가.

이 사례를 윤리경영 수업시간에 학생들과 토론을 해보면 재미있는 답들이 나온다. 이 세 가지 사례는 다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첫 번째 회사에서는 그 택배 기사를 징계한다. 고객과의 약속을 지키는 것도 건전한 시민으로서 준수해야 할 법규 내에서 행해져야 한다. 그것이 불가능하면 다른 방식으로 고객에게 용서를 구했어야 한다. 그리고 길거리에 있는 수많은 잠재고객들이 로고를 선명하게 단 트럭이 빨간불에 지나가고, 급가속과 급정거를 반복할 때 어떠한 생각을 할 것인지를 고려해야 한다. 현재 고객 못지않게 잠재고객을 만족시키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는 점을 망각하지 말라.



두 번째 경우 그 회사에서는 그 부서장을 해고한다. 지적재산권 보호팀장이 짝퉁 시계를 선물했다는 사실은 사내에서 그 중요성을 전파할 능력을 완전히 상실했다는 이유에서다. 학생들 중에는 그 짝퉁시계 구입 비용의 출처가 자기 돈이냐 회사 돈이냐를 묻는 경우가 있다. 사실 그 출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업무에 근본적으로 배치되는 행동을 했다는 사실이 더 중요한 것이다. 솔선수범하지 않으면 아무도 그 리더를 따르지 않는다.

세 번째 경우 그 회사는 그 배달 기사를 해고한다. 그 기사는 법원에 즉각 부당해고 취소 소송을 낸다. 법원은 누구의 손을 들어줬을까. 회사의 손을 들어준다. 제복을 입고 있는 순간 회사를 대표하고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지 말아야 한다. 회사에 대한 기본 충성심을 지켜라.

미국의 회사들이 이렇게 한다고 해서 우리도 다 따라 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적어도 이들이 왜 이렇게 하는지 그 이유를 한 번쯤 깊이 성찰해야 한다. 어떤 일을 시작하기 전에 그 일이 가능한지 아닌지를 검토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그것이 올바른 일인지 아닌지를 먼저 판단해야 한다. 올바른 일부터 시작해야 지속 가능한 발전을 할 수 있다. 경영철학자 피터 드러커의 말이다.

김형철 연세대 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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