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문(反文) 투사로 변신한 박원순 서울시장이 연일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판하고 있다. 박 시장은 11일 광주를 찾아 “문재인 전 대표는 호남 분열과 당의 패권적 운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무엇보다 대세론에 안주한 채 자만에 빠져서는 안 된다. 호남 없이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자만”이라고 지적했다.
그간 사법연수원 동기인 박 시장과 문 전 대표는 탈당 정국을 거치며 우호적 관계를 형성해왔다. 하지만 박 시장의 급작스러운 비판에 문 전 대표 측은 당혹감을 드러내고 있다. 문 전 대표 측 관계자는 “박 시장의 발언이 박 시장이 작성한 것인지, 누가 써준 것을 읽은 것인지 의구심이 든다”며 “함께 가야 할 동지인데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박 시장 측에 합류한 염동연 전 의원을 비롯해 호남 출신 관계자들이 박 시장의 메시지에 많은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염 전 의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 정무특보 출신이지만 문 전 대표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천정배 전 의원과 국민회의 창당을 주도하는 등 친문패권에 대한 불만을 제기해왔다.
박 시장 측은 대선 경선 룰을 확정하기 위한 당내 논의기구에 대리인을 출석시키지 않는 등의 방법으로 문 전 대표를 비롯해 친문으로 분류되는 추미애 당 대표 체제에도 공세를 취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박 시장 측은 개헌 문건 논란 과정에서 당 지도부의 중립성이 무너졌다고 주장하며 당분간 당 차원의 룰 협상에 나서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정치권은 문 전 대표 측이 박 시장 측의 인사로 분류됐던 임종석 전 의원 등을 영입해가면서 둘 사이의 관계가 흐트러졌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또 박 시장이 당내 비문 주자를 결집시키고 당내 경선 과정에 결선투표제를 도입해 문 전 대표와 1대1 구도를 노리고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박형윤기자 man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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