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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첨단 시대에도 '손작업' 고집하는 조각가들

두산큐레이터워크샵 기획전

문이삭·조재영·황수연 등 참여

2차원 평면 통해 입체를 보는

신진작가들의 '손맛' 엿볼 기회

문이삭 ‘세례 요한의 두상6’ /사진제공=두산갤러리




마르셀 뒤샹(1887~1968)이 변기를 전시장에 내놓고 ‘샘’이라는 작품이라 부르면서 기성품도 개념 정의에 따라 예술이 될 수 있는 ‘레디메이드’ 아트가 시작됐다. 작품은 작가의 손에 의해 탄생한다는 기존 개념을 뒤집어엎으며 뒤샹은 ‘현대미술의 아버지’라는 이름을 얻었고 이후 미술은 발상의 전환에 기술 발전이 더해져 오브제아트, 개념미술, 설치예술, 미디어아트 등으로 확장됐다.

종로구 두산아트센터 내 두산갤러리에서 개막한 ‘사물들:조각적 시도’전은 수공의 가치가 무색해진 시대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소(彫塑)를 고집하는 젊은 작가들의 고뇌가 깊게 깔려 있다.

작가 문이삭은 ‘세례 요한의 두상’을 4가지 버전으로 선보였다. 오귀스트 로댕, 구스타브 모로, 솔라리오 등 거장의 작품부터 러시아 이콘화까지 각기 다른 시대에서 공통된 주제로 다뤘던 ‘세례 요한’을 재해석한 것인데, 정작 작품에서는 요한의 흔적을 전혀 찾을 수 없다. 산(山) 혹은 슈퍼맨의 S, 아니면 그냥 ‘덩어리’로 보이는 작품을 통해 작가가 드러내고자 한 것은 ‘손 작업’의 과정과 흔적이었다. 문 작가는 3D 제작프로그램인 ‘뷰포트’가 “4가지 시점으로 실제처럼 생생하게 보여주는 입체 이미지의 왜곡”을 재구성해 ‘팔과 손’이라는 작품을 만들었다. 로댕이 빚던 사실적인 손과 불량 로봇 같은 어색한 손 사이의 이질감이 어쩌면 디지털 시대에도 ‘손맛’을 그리워하는 이유일지 모른다.

문이삭 ‘손’ /사진제공=두산갤러리


조재영 ‘앨리스의 방’ /사진제공=두산갤러리


더이상 새로울 것 없는 최첨단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 작가들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뒤집는다. 작가 조재영은 견고함으로 공간을 채우던 전통 조각을 ‘반대로’ 구현해 배경과 여백을 주인공으로 끌어냈다. 사물(오브제)이 있던 주변 공간을 선으로 연결하거나, 계단만 빼고 계단이 있던 자리를 만드는 방식으로 ‘텅 빈 조각’을 제작했다. 황수연 작가는 쉽게 허물어지는 모래, 바스라지기 쉬운 은박지 등을 소재의 속성에 반(反)하는 작품으로 만들었다. 그의 모래성은 강철처럼 야물고, 알루미늄 호일 작품은 돌처럼 묵직하다. ‘에메랄드 그린’ ‘아쿠아 블루’ 등 사각의 색판을 벽에 세운 최고은의 작품 ‘물(物)놀이’의 소재는 거울이다. 사물이 갖는 기능을 배제하고 그 자체를 재료로 바라보는 작가는 대량생산된 거울의 뒷면에서 색면 추상화 같은 느낌을 찾아냈다. 그는 냉장고, 에어컨을 잘라 목·팔·다리 없는 ‘토르소’처럼 보여준다.

최고은 ‘물(物)놀이’ /사진제공=두산갤러리




이번 전시는 두산큐레이터워크샵에 참여한 신진 큐레이터들이 기획했다.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모니터의 2차원 평면을 통해 입체를 보는 요즘 세대 작가들은 어떻게 ‘덩어리’를 다루며 ‘시각성’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추성아 기획자)로부터 시작해 전통 조각의 아우라와 위상이 사라진 오늘날의 조각가들이 만들고자 하는 조형물이란 어떤 것인지(김수정), 형태보다 개념이 우선하는 시대에 작가가 선택한 재료와 제작방식이 어떻게 주제를 구성하는지(최정윤)를 고민한 결과다. 2월18일까지. (02)708-5050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황수연 ‘더 단단한’(앞쪽)과 ‘더 무거운’ /사진제공=두산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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