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을 일주일도 남기지 않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쿠바 관타나모 미 해군기지의 수감자 일부를 오만으로 이송했다.
16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오만 정부는 오바마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관타나모 수용소의 수감자 10명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미 국방부는 이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오만은 지난해 1월에도 관타나모 수감자 10명의 이감을 받아들였으며 2015년 6월에도 6명을 수용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2008년 대선부터 관타나모 수용소의 완전폐지를 공약했지만, 공화당이 장악한 의회의 반대를 넘지 못했다. 지난해 12월 미 상원은 관타나모 해군기지의 테러용의자 수감시설을 폐쇄하지 못하게 하는 내용의 국방수권법안을 통과시켰다.
오바마 대통령은 임기 동안 관타나모의 수감자들을 다른 나라로 보내는 방식으로 규모를 줄여나가고 있다. 2009년 오바마 대통령 취임 당시만 해도 관타나모 수용소에는 총 242명이 수감돼 있었지만, 현재는 약 20% 수준으로 줄었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 후 관타나모 수용소 정책도 완전히 바뀔 가능성이 제기된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3일 “관타나모 수감자 석방은 더는 있어서는 안 된다. 그들 같이 위험한 인물들이 다시 전쟁터로 돌아가게 둬선 안 된다”며 오바마 대통령의 수감자 이송을 강하게 비판했다.
관타나모 수용소는 2001년 9·11 테러 이후 테러용의자 등을 수용할 목적으로 설립된 뒤 수감자가 한때 680명에 달했으며, 고문과 가혹한 신문 등 인권침해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관타나모 수용소는 쿠바와의 관계 정상화 과정에서도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미국은 관타나모를 1898년 미서전쟁 중 차지했으며 이후 임차료 명목으로 매년 약 4,000달러를 쿠바 정부에 지급했다. 다만 쿠바 정부는 피델 카스트로 전 국가평의회 의장이 혁명에 성공한 후로 이를 거부하고 있다. 쿠바는 미국과의 외교 정상화 과정에서 조건으로 관타나모 반환을 요구했다.
/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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