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당 전국당원대표자대회. 대회 시작 한 시간 전부터 전국에서 모인 당원들로 북적였다. 그 중에서도 20~30대의 젊은 당원들이 심심치 않게 보였다. 전당대회는 정당활동에 열성적인 어른들의 것이라는 인식을 뒤집는 것이었다.
◇젊은층 참여 돋보여…“계파·지역보다 연설로 지지 후보 결정”= 이날 참석한 청년 당원들은 한결같이 계파나 지역은 중요하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인천에서 온 이승주(25)씨는 “연설이 인상적인 후보를 뽑을 것”이라고 말했고, 서울에서 온 20대 여성 김모씨는 “아직 지지후보를 결정하지 못했다. 연설을 듣고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지후보를 결정하고 전당대회에 참석한 게 아니라 공감을 일으키는 연설을 한 후보에 표를 몰아주겠다는 것이다. 젊은이 다운 당돌함이 묻어났다.
한 정치평론가는 “이번 국민의당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를 출마한 정치인들의 인지도가 박지원 전 원내대표를 제외하면 그렇게 높지 않다”며 “이 때문에 청년들이 지지 후보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연설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분석했다. 달라진 전당대회의 한 단면이다.
전당대회 이전부터 대세론을 형성했던 박지원 전 원내대표에 대해서는 청년들의 의견이 엇갈렸다. 이승주씨는 “당 대표를 많이 해 봐서 선거를 이기는 법을 아는 것은 맞지만 부정적인 이미지가 (새정치를 표방한 당 이미지와 맞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 걸린다”며 “이번 만큼은 다른 후보들을 찍어줘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박지현(33)씨 역시 “(박지원 후보는) 그는 당선이 유력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그래서 다른 후보를 찍었다. 다양한 지도부가 들어서려면 후보들이 골고루 득표해야 한다”고 밝혔다. 실제 젊은 당원들은 5명의 당 대표 후보 연설이 모두 끝날 때까지 미동도 않고 자리를 지키며 관심을 보였다.
◇“청년을 위한 다고는 하지만 글쎄…”= 이번 전당대회에서는 전국청년위원장 투표도 함께 진행됐다. 청년들이 직접 청년위원장을 선출하는 방식이다. 청년들을 위한 행사도 진행됐다. 하지만 청년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박지현씨는 청년위원장으로 김지환 후보를 뽑았다고 밝히며 “실제 도의원 경험이 있어 다른 지도부에 밀리지 않고 자신의 할 말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며 내심 기대감을 내비쳤다. 하지만 “사실 청년들의 정책이 얼마나 반영될지는 의문”이라며 “선거 때만 얼굴마담으로 청년들을 내세우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는 지적도 잊지 않았다.
이에 대해 조성은(28) 국민의당 청년비대위원은 “국민의당이 앞으로 청년을 위한 정책을 펼쳐나가는데 앞장서겠다며 이번 청년위원장의 직접선거가 그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청년당원들이 직접 뽑았기 때문에 청년의 목소리가 효과적으로 당 내 정책 결정에 반영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청년지도부가 청년이야기를 하기보다는 당 지도부가 청년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이번에 선출된 청년위원장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전당대회 개표과정에는 경희대 응원단이 축하공연을 하는 등 분위기를 뜨겁게 달궜다. 응원단장을 맡고 있는 문지원(23)씨는 “전당대회는 어른들의 전유물이라는 인식이 강했는데, 이번 전당대회를 보니 2030대층의 참여도 활발했다”며 “젊은층의 정당활동 참여가 더 활발하게 이루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효정·우영탁 기자 j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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