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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희망 두르림] 김방락씨 "칠순 재취업만으로 기뻐…기부 울림 계속 이어갈 것"

<4> 월급 모아 1억 쾌척…경비원 첫 고액기부

월급 120만원 쪼개 모은 목돈

정든 학생들 장학금으로 전달

기부 후 1년 만에 실직 아픔도

주 6일 야간근무 쉽지 않지만

다른 이 도울 수 있어 만족

일단 저지르면 행복한 '나눔'

부자가 더 베푸는 한해 되길





“칠순에 일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쁩니다. 기부 울림을 계속 이어갈 수 있는 힘도 생기고요.”

대학 경비원으로 월급을 쪼개 모은 1억원을 기부해 주목을 받았던 김방락(70·사진)씨는 다른 사람을 돕는 일이 결국 재취업의 복을 안겨줬다고 믿는다.

김씨는 지난 2014년 말 1억원을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해 고액기부자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의 회원에 이름을 올렸다. 경비원으로는 처음이어서 세간의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기부의 기쁨도 잠시. 1년 만인 2015년 12월31일을 끝으로 11년 넘게 근무한 한성대를 떠났다. 대학의 인력 감축 충격파가 경비원들에게 가장 먼저 미친 것이다.



최근 손자를 잠깐 봐주기 위해 들른다는 서울 이촌동 아들네 집 근처에서 만난 그는 근황을 묻는 질문에 지난해 11월 남산자락에 위치한 숭의여자대 경비원으로 재취업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실직 후 새벽에 눈을 뜨면 갈 곳이 없다는 생각에 절망감이 밀려왔지요. 손자 봐주기만 하던 10개월 동안 일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는 것을 재차 깨달았습니다.”

매주 6일 밤 근무를 서는 숭의여대 경비 일이 쉽지 않지만 일하면서 남을 도울 수 있다는 생각에 김씨는 만족한다. 공동모금회에 기부한 1억원도 한성대 근무 시절 월평균임금 120만원에서 일부를 떼 적금한 목돈이었다. 기부액 중 일부는 기부자의 의사대로 기탁할 수 있는데 가족같이 정든 학생들을 떠올려 1억원 중 1,000만원은 5명의 재학생에게 장학금으로 전달하기도 했다. 그는 “그래서인지 학교를 떠날 때 서운한 감정이 있었지만 지금은 학교가 더욱 발전하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실직 중에도 작은 기부는 이어갔다. 지난해 공동모금회가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들을 초청했을 때도 빈손으로 가기가 아쉬워 돼지저금통을 깨 5만원 정도 기부했다. 김씨는 “기부는 자기 욕심과의 싸움이기도 하다”며 “갑자기 다른 사람에게 동정심이 생기기 어렵기에 작은 것부터 나누는 습관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기부 당시 경비원들에 대한 부당한 대우가 사회적 이슈가 됐다. 서울 압구정동의 한 아파트 경비원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건이 이 무렵이다. 베트남전 참전 후 퇴역한 김씨는 군무원으로 26년간 봉직한 국가유공자이기도 하다. 그는 “어렵게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진정 애국자로 인정받아야 하는데 사회가 그렇지 않은 것 같다”며 “경비원에 대한 인식 변화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겠다는 생각도 기부를 결심하게 된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30여년 동안 교회 목사로 일한 아내는 처음 남편의 기부 결심에 당황했지만 지금은 응원해주고 있다. 기부 후 가장 큰 보람은 자신이 ‘기부 롤모델’이 된 점이다. 실제로 김씨의 선행을 보고 한 암환자가 지난해 고액을 기부해 아너 소사이어티에 가입했다. 그는 “다니는 교회 신도들에게 기부를 권하고 언론 보도를 보고 찾아온 사람들에게 상담도 해준다”며 “앞으로도 기부 울림 역할을 계속 하고 싶다”고 말했다.

올해도 건강하게 일하는 것이 가장 큰 소망이라는 그는 “가진 자들이 더 베푸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란다”며 “누군가 나눔을 고민하고 있다면 일단 무조건 저지르고 그 후 찾아오는 행복을 마음껏 누려보라”고 덧붙였다.

/박현욱기자 hw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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