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는 무리수였다. 애초부터 인신구속까지 할 근거가 부족했다. 특검은 이 부회장에게 국민연금공단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비롯해 경영권 승계 작업에 박 대통령의 도움을 받는 대가로 최순실씨 측에 433억원을 지원했다는 혐의를 적용했다. 하지만 삼성은 자금지원의 경우 두 회사 합병 이후의 일이고, 그것도 부정한 청탁이 아니라 박 대통령의 강요에 따른 것이라고 줄곧 강조해왔다. 그만큼 다툼의 소지가 많았다. 법원의 영장 기각은 이러한 사실관계와 법리를 반영한 것일 뿐이다.
야당에서는 이번 영장 기각을 놓고 ‘재벌 봐주기’라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으나 이 역시 촛불민심에 기댄 여론몰이 주장에 다름 아니다.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은 도주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을 때 청구되는 것이 법리이자 상식이다. 더구나 인신구속은 최소한의 경우에 한해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결이다. 죄 성립 여부에 대한 논란에 더해 도주 우려도 없는데 구속하는 것 자체가 법 원칙을 위배하는 행위다.
특검은 이제부터라도 수사목적을 되돌아보고 나아가야 할 방향을 재설정해야 한다. 특검의 설치목적이 최순실 국정농단의 진상을 규명하는 일인데 이보다는 대기업 총수 특검으로 비쳐진다면 본말이 전도되는 것이다. 특검은 더 이상 대기업 총수를 얽어매 승부를 보려는 집착을 버리고 본연의 목적에 집중해야 한다. 이것이 국가 경제를 살리면서 특검의 역할도 충실히 이행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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