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부회장에 대한 특검 수사가 계속 이어지고 대법원 최종 판결까지는 2~3년가량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삼성그룹은 미래전략실과 계열사 사장단 협업 형태로 운영될 가능성이 높다. 피의자 신분인 이 부회장의 행동반경이 극도로 제한되면서 세세한 의사결정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계열사 사장단 중심의 경영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특검이 구속영장을 재청구하거나 이 부회장을 재소환해 수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더해 그룹 2인자인 최지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이나 장충기 미래전략실 차장(사장) 등 그룹 수뇌부도 일괄 기소될 여지가 남아 있다.
삼성 관계자는 19일 “사장단·임원 인사가 나기까지는 현 경영진이 자율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대형 인수합병(M&A)이나 시설투자 같은 핵심 경영 사안에 대해서는 이 부회장이나 미전실이 방향성을 제시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과 그룹 수뇌부에 대한 신병이 여전히 불확실하기 때문에 계열사들이 현상유지 경영에 나서는 반면 굵직한 경영 현안에 대해서는 수뇌부가 결정을 내리는 형태가 유력하다.
삼성으로서는 당장 ‘하만인더스트리’ 문제를 풀어야 한다. 국내 M&A 사상 최대 규모인 80억달러(9조4,000억원)에 인수한 하만의 경우 일부 주주들이 저가 매각을 이유로 집단소송에 나서고 있다. 이 부회장이 출국 금지된 상태로 하만 주주 설득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삼성전자 대표들이 해법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 관계자는 “삼성그룹은 원래부터 이사회 중심의 전문경영인 체제였다”며 “다만 중장기 투자 계획 등 총수의 결심이 필요한 사안은 앞으로도 당분간 공백 상태가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지난 2008년 삼성 비자금 특검 때 운영됐던 사장단협의체가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 당시 이건희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을 때 전문경영인이 구성한 사장단협의체로 잠시 운영된 전례가 있다. 사장단협의체 산하에는 ‘투자조정위원회’와 ‘브랜드관리위원회’ 등 비상설 기구를 뒀고 이듬해인 2009년 1월 ‘인사위원회’까지 추가돼 3개 위원회가 그룹 전체 의사결정을 조율했다. 이 체제는 이건희 회장이 공식 복귀한 2010년 3월까지 약 1년 8개월 동안 유지됐다.
/서정명·이종혁기자 vicsj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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