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항공기 엔진 제조업체인 롤스로이스가 제품판매를 위해 대규모 뇌물을 뿌린 사건과 관련해 태국과 인도네시아 등에서 수사가 본격 시작됐다.
19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태국 국적 항공사 타이항공은 전날 성명을 통해 롤스로이스가 과거 엔진 판매 과정에서 뇌물을 제공한 혐의와 관련, 자사의 전·현직 직원과 정부 관리 등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타이항공은 “이 사건을 철저하게 조사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정보를 모을 계획”이라며 “모든 사실관계를 확인, 검토하고 부패가 드러나면 적절한 조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태국 반부패위원회(NACC)의 센선 폰지악 사무총장도 “영국과 미국 당국으로부터 구체적인 정보를 받아 조사 착수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며 조사 착수 가능성을 내비쳤다. 다만 그는 롤스로이스의 뇌물공여 행위 가운데 일부가 이미 자국 법 공소시효(20년)을 넘긴 만큼 형사고발은 어려울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앞서 영국 중대범죄수사청(SFO)은 롤스로이스가 과거 30여 년간 인도네시아, 태국, 인도, 러시아, 나이지리아, 중국, 말레이시아 등에서 계약을 따내기 위해 뇌물을 뿌렸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와 관련, 롤스로이스는 기소 면제 조건으로 영국 SFO, 미국 법무부, 브라질 연방정부와 8억800만달러(약 9,500억원)의 벌금을 내기로 합의했다.
태국에서는 1991년부터 2005년까지 태국 정부 관리와 타이항공 직원 등 중개인에게 총 3,600만 달러(약 420억 원)의 뇌물과 성과보수가 제공됐다는 게 SFO의 조사 결과다. 롤스로이스의 뇌물은 1991년부터 1992년(1,887만달러), 1992∼1997년(1,038만달러), 2004∼2005년(72만달러) 등 3차례에 걸쳐 뿌려졌는데, 이 가운데 1997년까지 이뤄진 뇌물 제공 건은 공소시효가 지났거나 얼마 남지 않았다.
한편 롤스로이스의 뇌물 제공 대상 국가에 포함된 인도네시아에서도 관련 조사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특히 인도네시아 부패척결위원회(CEC)는 롤스로이스의 뇌물공여 시기와 겹치는 지난 2005∼2014년에 국적 항공사인 가루다 항공의 최고경영자를 지낸 에미르샤 사타르를 용의자로 지목했다. 라오데 시아리프 CEC 부위원장은 “롤스로이스의 뇌물공여는 2005년부터 2014년 사이에 이뤄졌다. 당시 가루다의 최고경영자는 사타르였다”며 “그는 싱가포르에 본부를 둔 회사를 소유한 제3의 인물을 통해 345만 달러의 뇌물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수민기자 noenem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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