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과 유족들을 지원하기 위한 ‘가습기 살균제 피해 구제법’이 20일 국회 본회의를 가까스로 통과했다. 하지만 여당의 반대로 법사위 논의를 거치며 가해 기업들의 배상액이 줄고 피해자들의 지원 조건이 까다로워져 논란이 예상된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를 열어 재석 156명 중 찬성 154명, 기권 2명으로 구제법안을 가결했다.
이에 따라 피해자들은 요양급여와 요양생활수당, 장의비, 간병비, 특별유족조위금 및 특별장의비 등의 구제 급여를 받을 수 있게 됐다.
구제 급여 대상 기준에 미치지 못하지만 지원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피해자를 위해 한국환경산업기술원에 특별구제계정을 설치해 운영하도록 했다.
가습기살균제 제조업자가 내야 할 분담금 총액은 1,000억원으로 정했다. 업체별 분담률은 각 업체의 생산량과 판매량 등에 비례해 정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가장 많은 제품을 판매한 옥시레킷벤키저는 500억원 이상을, 원료물질 사업자인 SK케미칼은 250억원을 분담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법에 ‘가습기살균제 피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해당 사업자가 그 피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명시해 문제 제품을 제조한 업체에 대한 책임을 구체화했다.
또 환경부는 산하에 급여 지급 관련 사항을 심의·의결할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위원회’를 두어야 한다. 구제위원회 산하에는 피해 인정 사항을 전문적으로 검토하기 위한 ‘폐질환조사판정전문위원회’와 ‘폐이외질환조사판정전문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
애초 피해구제법은 이날 법사위 소속 새누리당·바른정당 의원들의 반대로 처리가 불투명했다. 두 당 의원들은 법안이 법리적으로 문제가 많다며 법사위 2소위 회부를 요청했다. 하지만 야당이 피해자들의 구제가 시급하다며 조속한 처리를 촉구, 피해자단체 지원 제외와 급여 지원 요건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수정해 본회의로 넘기며 극적으로 처리됐다.
하지만 이 법의 핵심이었던 징벌적 손해배상 적용은 결국 법사위를 거치며 삭제됐다. 야당은 법안에 해당 기업들의 손해액의 10~20배를 배상하도록 하는 문구를 포함하려 했지만 여당의 반대로 무산됐다.
/류호기자 rh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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