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 시위는 물론 테러 경고음까지 커지면서 의사당으로 가는 도로와 취임식 후 트럼프 대통령이 행진하는 펜실베이니아 애비뉴는 성조기들이 펄럭이는 가운데 수천명의 경찰들이 경계를 섰다. 길가마다 약 2m 높이의 철제 담장이 빼곡히 둘러쳐져 차량 테러 등 만일의 사태를 원천봉쇄하고 의사당과 백악관 중간쯤에 있는 ‘트럼프호텔’ 주변은 아예 출입이 어려울 만큼 폐쇄됐다.
오전11시30분 시작하는 공식 취임식 개최에 앞서 이날 아침부터 행사장에 입장하려는 시민들이 장사진을 이루고 입장권이 없는 시민들은 취임 행진이 열리는 도로 양옆으로 늘어섰지만 예고대로 의원 50명 이상이 불참하고 인기스타들도 취임식을 보이콧하면서 오바마 등 전임자들의 취임식과 달리 빈자리가 간간이 눈에 띄었다.
하지만 세계 최강대국 대통령으로 취임하는 ‘아웃사이더’에 대한 취재 열기는 어느 때보다 뜨거워 기자들이 의사당 근처는 물론 펜실베이니아 애비뉴 곳곳에서 마이크를 들고 트럼프 대통령 취임 관련 뉴스를 현장에서 전했다. 특히 CNN은 취임식장과 신임 대통령의 행진이 한눈에 보이는 건물 옥상에 스튜디오를 꾸리고 억만장자 투자자 조지 소로스가 “트럼프는 사기꾼이자 독재자가 되고 싶어하는 자기모순이 가득한 인물”이라며 “실패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주장하는 뉴스를 내보내며 ‘트럼프 시대’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 주목을 받았다.
백악관 주변의 기념품 상점들은 일제히 트럼프 당선인의 얼굴 사진과 이름, 그리고 그가 45대 대통령임을 뜻하는 ‘45’라는 숫자로 꾸며진 각종 상품을 파는 데 열을 올리며 “오늘이 지나면 이 상품들을 다시 찾을 수 없을 것”이라며 시민들을 유혹하느라 바빴다.
워싱턴DC 곳곳에서는 트럼프 지지자들과 시위대 간 충돌이 빚어지기도 했다. 트럼프 지지자들이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를 야유하며 파티를 벌인 건물 앞에는 반(反)트럼프 집회 참가자들이 몰려들어 서로 욕을 하며 가운뎃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맞불 집회와 시위가 격렬해지며 일부 참가자가 쓰레기통 등에 불을 붙이거나 쓰레기를 투척하기도 해 경찰이 최루 스프레이를 뿌리며 진압에 나서는 풍경도 연출됐다.
/워싱턴DC=손철 특파원 runir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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