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시장이 급격히 냉각되면서 이미 분양을 마친 원주의 한 아파트가 미분양 등의 이유로 돌연 입주자 모집을 취소했다. 건설사의 취소 결정에 이미 분양을 받아 계약을 기다리던 수분양자들이 반발하면서 갈등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동양은 이달 분양한 ‘남원주 동양엔파트 에듀시티(조감도)’의 정당계약일을 앞두고 수분양자들에게 계약체결 일정을 취소한다고 알렸다. 지난 12~13일 1·2순위 청약을 받은 이 아파트는 19일 당첨자 발표에 이어 24일부터 사흘간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었다.
갑작스러운 계약 일정 취소는 ㈜동양이 원주시에 입주자 모집승인 취소 요청을 했기 때문이다. 초기 분양률이 저조한데다 금융권의 대출 규제가 지속되면서 향후 사업 진행에 부담을 느껴 계약 전 모집승인을 취소하고 새로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건설사나 분양자 모두 손실을 줄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동양 관계자는 “분양 시장이 급격하게 위축된데다 겨울철 분양으로 분양률이 저조했다”며 “금융권의 대출 규제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계약 이전 사업을 재추진하는 것이 수분양자들의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남원주 동양엔파트 에듀시티’는 1·2순위 청약 결과 879가구 모집에 757명이 청약해 평균 0.86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으며 17개 모집 주택형 가운데 소형아파트인 전용 34㎡형과 59㎡형, 84㎡A형을 제외한 14개 주택형에서 미달됐다.
㈜동양은 앞으로 설계변경에 의한 사업승인 변경을 통해 새로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분양 시장 상황이 악화된 만큼 청약 결과 수요가 뒷받침되는 소형 아파트 위주로 주택형을 바꾸고 내부 설계도 고급화 전략 등을 통해 개선한 뒤 이르면 올가을 사업을 재추진할 계획이다.
하지만 건설사의 일방적인 입주자 모집승인 취소에 이미 분양을 받은 사람들의 반발은 심해지고 있다. 한 수분양자는 “청약을 받은 뒤 분양이 저조하다고 당첨자 발표까지 한 상황에서 취소하는 것은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라며 “이미 사용한 청약통장을 어떻게 복구할지, 분양을 받기 위한 노력은 어떻게 보상할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동양 측은 현재 관계 기관과 이미 사용한 청약통장에 대한 복구를 협의하고 있으며 기분양자들에게는 약간의 보상책도 마련해놓은 상황이다. 하지만 일부 분양자들이 요구하는 새로 분양하는 아파트에 우선 분양 권리를 보장하는 등의 방식은 현행 청약 제도에서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동양 관계자는 “우선 분양받을 수 있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지만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대신 미계약분이나 부정 당첨분에 대해 진행하는 선착순 분양에 우선 배정하는 방안 등은 가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입주자모집승인 취소 사례는 한 해에 40만~50만가구를 공급하는 국내 아파트 분양 시장에서도 극히 드문 일이다. 지난해 1월 신안이 동탄2신도시에서 분양한 ‘동탄2신도시 신안 인스빌 리베라 3·4차’가 2순위 모집까지 미달되고 계약도 저조하자 ‘입주자 모집 승인 취소’를 요청했다. 이보다 앞선 사례는 송도국제도시에서 분양한 ‘웰카운티 5단지’로 6년 전 일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입주자 모집 승인을 취소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로 보통은 미분양이 발생하더라도 끝까지 판촉 활동을 벌이는 경우가 많다”며 “계약하고 나서 입주자 모집 승인을 취소하게 되면 건설사 입장에서는 더 큰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박성호기자 jun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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