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이 25일 “3월13일 전에 결론을 내야 한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히면서 60일 이내에 ‘단기·약식 대선’을 치르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물리적 시간이 턱없이 짧은 탓에 공약·후보 검증이 ‘수박 겉핥기’ 식으로 이뤄지는 것은 물론 인수위원회 구성도 불가능해 정권 초기 큰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 소장이 이날 재판관 정족수 문제 등을 이유로 조속한 결론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서면서 차기 대선은 이르면 4월 말, 늦어도 5월 중순 이전에 실시될 가능성이 커졌다.
헌법 68조2항은 대통령이 궐위 또는 자격을 상실했을 때 60일 이내에 후임자를 선출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12월에 대선을 치르는 경우 연초부터 선거 분위기가 예열되면서 각 후보 캠프는 3~4월께 꾸려지는 것이 보통이었다. 정당별 대통령 후보자 선출을 위한 경선은 일반적으로 6~7월께, 늦어도 9월에는 마무리가 됐다. 대선 정국이 사실상 1년 가까운 시간 동안 흘러간 셈이다.
하지만 조기 대선이 가시화하면서 여러 가지 부작용들에 대한 우려가 곳곳에서 제기된다. 우선 불과 한 달 정도의 시간을 남겨 놓고 대선 후보가 확정되는 사태가 빚어질 경우 철저한 후보·공약 검증은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대통령 선출이 인기 투표식 선거로 변질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실제로 정치권은 벌써부터 공정 사회를 향한 국민의 열망을 악용, 포퓰리즘에 기초한 반(反)기업 정책을 대거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이와 함께 헌재의 탄핵 인용으로 조기 대선이 치러지면 차기 대통령은 인수위원회 활동 없이 선출과 동시에 곧바로 직을 수행해야 한다. 정권 초기 설익은 정책의 남발과 내각 임명 과정에서의 혼란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대선이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치러지면 바람을 탄 후발주자가 막판 역전 드라마를 쓸 가능성도 희박하다”며 “현재 지지율 구도가 최종 결과와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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