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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 세뱃돈 스트레스

2005년 새해 첫날 서울 혜명보육원생 15명이 전두환 전 대통령을 찾았다. 한복으로 곱게 차려입은 원생들이 세배를 했을 때 전 전 대통령이 세뱃값으로 건넨 돈은 무려 100만원. 김영삼 전 대통령, 김원기 전 국회의장이 원생들에게 각각 30만원씩 준 것과 비교할 때 세 배나 많은 것이었다. ‘역시 통이 크다’는 얘기가 나왔지만 이를 바라보는 시선은 그리 곱지 않았다. 대통령 재직 당시 뇌물 수수 혐의로 법원으로부터 수천억원을 추징받은 후 전 재산이 25만1,000원 밖에 안된다고 신고했던 그가 네배나 많은 돈을 세뱃돈이라고 내놓았으니 세간의 구설에 오른 것은 당연했다.

우리나라에서 세뱃돈이 언제 시작됐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다만 조선말 관료를 지냈던 최영년이라는 인물이 1921년 세시풍속을 기록한 ‘해동죽지(海東竹枝)’ 중편 ‘속악유희(俗樂游戱)’에 ‘세배전(歲拜錢)’ 또는 ‘세배갑’으로 표현한 것이 최초의 기록으로 남아 있다. 세뱃값의 역사가 문헌상으로는 100년 안팎인 셈이다. 그래서일까. 1930년대에는 서울 경기를 제외하면 세뱃돈을 주지 않는 지방이 대다수였다고 한다. 하지만 1960년대 후반 산업화가 시작되고 10원짜리 지폐가 등장하면서 전국적으로 확산하기 시작했다. 단위도 1970년대에는 100원, 1980년대에는 1,000원으로 뛰더니 1990년대 후반 이후에는 최소 1만원부터 시작했다. 40여년 만에 1,000배나 뛴 셈이다.

하지만 이것도 옛날 얘기가 됐다. 경기침체로 지갑은 쪼그라들었는데 세뱃값은 5만원권 등장 이후 천정부지로 뛴 탓이다. 최근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세뱃돈으로 얼마를 주는 게 적당하냐는 질문들이 쏟아지고 있다고 한다. 초등학생이라도 1만원만 주면 속된 말로 ‘뭥미’하는 표정으로 바라보고 고3이나 대학생들은 두자릿수로 뛰는 경우도 있으니 그럴 수밖에. 적게 주자니 아이들 눈치가 무섭고 많이 주자니 빈 지갑이 두렵고…. 불황은 서민들의 명절마저 힘들게 만들었다. /송영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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