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효주(20)는 2017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 데뷔하는 예비 루키다. 국내를 휩쓸고 미국 무대에 진출해서도 통산 2승을 기록 중인 김효주(22·롯데)와 이름이 같아 유독 눈에 띈다. 한자로 써도 효주(孝周)로 똑같다. 두 살 위지만 벌써 세계 정상급 반열에 오른 김효주는 늘 자극제가 됐다. 김효주의 성과를 목표로 삼고 있다면 플레이 스타일이나 스윙은 KLPGA 투어 선배인 이정민(25·비씨카드)을 좋아한다고 한다.
지난해 11월 말 KLPGA 투어 시드전을 통과한 유효주는 12월20일 일찌감치 베트남 하이퐁으로 전지훈련을 떠났다. ‘바늘구멍’인 시드전에서 45위를 차지, 올 시즌 대부분의 경기에 출전할 수 있게 된 기쁨을 누릴 겨를도 없이 64일간의 전훈으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전화를 통해 들려온 유효주의 목소리에는 설렘과 긴장감이 녹아 있었다. “정규투어는 코스 세팅이나 분위기도 많이 다를 것 같아 걱정도 되는데 어릴 때부터 꿈꿨던 무대니까 배우면서 즐긴다는 자세로 임하려고 해요.”
유효주는 중학교 1학년 때 처음 골프채를 잡아 또래들보다 시작은 늦은 편이다. 스포츠맨을 꿈꿨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테니스, 농구, 스케이트 등의 운동을 하다가 흥미를 느껴 골프에 집중했다. 늦은 출발로 아마추어 시절이 화려하진 않았으나 과거보다 미래가 더욱 빛날 재목이다. 고3이던 2015년 골프 입문 5년여 만에 KLPGA 정회원 자격을 취득했으니 성장 속도가 빠르다. 점프투어(3부)를 뛰었던 2015년 10월에는 13차전에서 연장전 끝에 프로 첫 우승을 경험했고 지난해 드림투어(2부)에서는 5차전 3위, 10차전 준우승을 차지하며 샷 솜씨를 닦아왔다.
170cm의 큰 키에 예쁘장한 얼굴의 유효주는 유명 선수들이 대거 해외로 나가는 올 시즌 KLPGA 투어에 활력을 불어넣을 기대주 중 하나다. 힘들이지 않는 간결한 스윙으로 평균 250~260야드의 장타를 때리는 데다 공격적인 플레이를 좋아한다. 아이언 샷에 자신이 있다는 그는 “높은 탄도로 핀 주위에 곧장 세우는 아이언 샷을 연마 중”이라고 했다. 처음부터 최경주 선수의 절친인 이경훈 프로에게서 배워온 그는 최경주재단을 통해 최경주 선수로부터 벙커 샷을 배우기도 했다고 한다. 스스로 밝히는 강점이 “샷이 잘 안될 때 불안해하지 않고 경기를 잘 풀어 나가는 능력”일 정도로 플레이 자체를 즐기는 그는 “샷에 비해 약한 퍼팅과 쇼트게임을 보완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는 첫 승 때가 아닌 지난해 9월 2부 투어 15차전을 꼽았다. 최종 2라운드 단독 선두를 달리던 마지막 18번홀(파5)에서 4타를 잃으면서 20위로 마친 그는 “많은 걸 깨달은 경험이었다”고 돌아봤다.
조급해하지 말고 현재를 즐기자고 자신에게 조언한다면서도 “이정민 언니의 아이언 샷과 이승현 언니의 퍼팅, 김세영 언니의 비거리와 배짱을 갖고싶다”며 무한한 욕심을 가진 소녀의 면모를 숨기지는 못했다. “성공한 선수보다는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훌륭한 선수가 되고 싶다”는 그가 KLPGA 투어에 또 한번 ‘효주 시대’를 열 것인지 주목된다.
/박민영기자 my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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