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식을 앞둔 지난 4일(현지시간). 수십명의 반트럼프 시위대가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뉴욕 본사 로비를 점거한 채 ‘골드만삭스는 거버먼트삭스(Government Sachs)’라고 쓴 검은 현수막을 흔들며 농성을 벌였다. 트럼프가 골드만삭스 출신 인사들을 정부 요직에 대거 임명한 것에 대한 반발이었다. 골드만삭스는 이런 소동을 겪고도 트럼프 당선 이후 주가가 30%나 뛰어오르며 정권 교체의 최대 수혜주로 떠오르고 있다. 다우존스지수에 편입된 금융주는 나란히 상승률 상위종목에 오를 정도로 랠리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 다우지수가 트럼프 효과에 힘입어 사상 처음으로 2만포인트를 돌파하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 전임자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했던 2009년 1월20일에 다우지수가 급락하면서 8,000포인트마저 무너진 것과는 대조적이다. 실적 호전의 바통을 이어받은 트럼프가 운이 좋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미국 증시에는 대통령이 민주당에서 공화당으로 바뀌면 단기간에 주가가 오르기는 하지만 약발이 오래 못 간다는 견해도 있다. 1981년 로널드 레이건 정부 시절에도 그해 7월 주가가 정점을 찍은 후 하락세로 돌아섰다고 한다.
다우지수는 1896년에 12개 종목으로 출발했지만 1916년에 20개로 늘어난 데 이어 1928년부터 현재의 30개 종목을 유지하고 있다. 120년의 오랜 역사에서 이제껏 살아남은 종목은 토머스 에디슨이 세운 제너럴일렉트릭(GE)이 유일하다. GE도 최근에는 디지털 소프트웨어업체로 변신한 덕택에 버티고 있는 셈이다. 2015년에는 애플이 통신업체 AT&T를 쫓아내고 다우지수에 편입됐으며 구글(알파벳)이나 아마존 같은 정보기술(IT) 종목을 편입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미국 기업들의 끊임없는 혁신과 도전이 오늘의 2만선을 일궈낸 셈이다.
한국 증시는 삼성전자만 26일 장중 한때 200만원을 돌파했을 뿐 지루한 박스권 장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연 4% 성장을 노리는 미국 경제와 2% 성장도 힘겨워하는 한국 경제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정상범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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