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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트럼프가 김정은과 햄버거를 들면…

이병관 디지털미디어부장

한미일 vs 북중러 단층선에 균열

한반도 둘러싼 지정학 시계 제로

선제적 동북아 균형 외교 나서야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로 대선 이슈가 온통 국내 문제에 빠져 있지만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는 상전벽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측불가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는 북한의 김정은과 햄버거를 들며 핵협상을 하겠다고 하다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막기 위해 대북 선제공격 카드도 꺼내고 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같은 대북 정책이다.

미국은 중국 견제를 위해 숙적 러시아와 유착하고 있다. 지난 1970년대 미국은 소련을 포위하기 위해 전격적으로 중국과 수교에 나선 바 있다. 국익에 따라 움직이는 냉엄한 국제사회에서 영원한 우방도 영원한 적도 없다. 미러 연합으로 그동안의 북핵 진영구도인 한미일 vs 북중러 단층선에 균열이 가고 있다. 러시아가 아시아 영향력 강화를 위해 북미 평화협상의 촉매자로 나설 경우에 북핵 해법을 포함한 한반도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중국은 한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를 놓고 한국을 압박한다. 일본은 한일 위안부 합의를 기회로 소녀상 문제를 놓고 되레 한국이 약속을 지키라며 강공을 편다. 사면초가의 한국 외교다. 어디서부터 잘못됐나.

남북대결은 단순한 민족문제가 아니다. 70년간 이어지고 있는 국제전이다. 2차대전 직후 미소 냉전이 시작되면서 한반도는 분단됐다. 1990년대 초 소련 해체로 냉전은 끝났지만 미중 대결로 이어지며 한반도의 냉전은 진행형이다. 여기에 전쟁을 할 수 있는 보통국가로의 전환을 시도하는 일본이 중국과 대립각을 세우며 한반도 정세는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당사자인 남북이 대결할수록 이들 강대국의 전략적 이익이 한반도에서 더욱 충돌할 수밖에 없다.

한반도 문제를 남북 구도를 넘어 동북아 균형 외교라는 큰 틀에서 풀어야 하는 이유다. 북핵을 넘어 이들 강대국의 한반도에서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전략적 이익을 공유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외교를 펼쳐야 한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시도했듯 북핵 포기만을 외치며 남북 교류를 완전히 단절하고 대북 압박에 나서는 것은 남북문제를 악화시킬 뿐이다.

분단 관리를 넘어 한반도의 평화와 화해를 추동할 수 있는 주동적 외교에 나서야 한다. 물론 전쟁 억지력으로서의 굳건한 한미동맹 유지는 필수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안된다. 한 나라의 안보는 군사력만 의미하는 게 아니다. 경제력·외교력 등 제반 요소를 포함하는 총체적 국력의 합이 안보다.



지금의 한국은 쓰러져갔던 구한말의 조선이 아니다. 지금은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으로 발돋움했고 민주주의도 이뤄냈다. 우리의 놀라운 발전을 세계가 부러워하고 있다. 이 같은 자신감으로 주변 4강에 한반도 평화, 나아가 동북아평화 체제 구축을 위한 담대한 제안을 해야 한다. 우리는 이미 그런 경험을 갖고 있다. 지난 2005년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을 발족시키고 성사 직전까지 간 바 있다. 남북을 뺀 4강은 타국 침략의 역사를 갖고 있는데다 패권 국가의 성격이 강해 상호신뢰가 부족하다. 그 서로의 간극을 한국이 선량한 중재자로서 메울 수 있다. 6자회담이 동북아평화안보기구로 향하는 맹아가 될 수 있다.

혹자는 세계 최악의 독재국가 북한이 핵을 개발하고 남한을 향해 핵탄두를 들이대고 있는데 무슨 동북아 평화 타령이냐고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한반도는 남북만의 문제가 아니다. 남북이 서로 으르렁댈수록 한반도는 4강의 총성 없는 전쟁터가 돼간다. 대결의 끝은 파국이고 전쟁이다.

아무도 예상 못했던 아웃사이더 트럼프의 미 대통령 취임으로 동북아 지정학의 미래는 혼돈에 쌓여 있다. 멕시코인을 강간범이라 비하하며 수천㎞의 국경장벽을 설치하고 무슬림의 입국을 전면 금지시키는 트럼프가 어느 날 김정은과 햄버거를 먹겠다고 북한에 날아들지, 핵 시설을 타격하겠다고 나설지 누가 알겠는가.

트럼프의 불가측성은 한반도를 전쟁 위기로 몰아갈 수도, 아니면 극적인 평화의 분위기를 만들 수도 있다. 한반도 평화와 화해로 물꼬를 트기 위해서 한국의 능동적이고 전략적인 외교가 절실한 시점이다.

이병관 디지털미디어부장/y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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