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씨는 자신이 말해주는 집에 들어가서 그곳에 있는 돈을 갖고 나와서 그걸 자신이 알려주는 다른 사람에게 가져다주면 전체 금액의 일부를 주겠다는 제안을 했다.
A씨는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B씨의 제안에 넘어갔고, 모바일 메신저 채팅을 통해 B씨가 시키는 대로 서울 구로구의 한 가정집에 찾아가 알려준 비밀번호를 눌러 문을 열고서 냉장고와 이불 속에 있던 현금 8,000만원을 들고 나와 그돈을 두 차례에 걸쳐 C(32·여)씨에게 건넸다. 이 과정에서 자신의 몫으로 1,000만원을 떼고 7,000만원을 넘겼다.
당시 A씨는 몰랐지만 C씨 역시 중국인인 데다 채팅을 통해 지시를 받고 있었다.
C씨는 7,000만원에서 다시 100만원을 떼고 6,900만원을 평소 알던 환전업자 D(39·여)씨에게 전달했고, D씨는 중국에 사는 사촌 동생의 계좌를 이용해 돈을 중국에 송금했다.
A씨 등 3명을 거쳐 중국으로 넘어간 이 돈은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피해금이었다. 피해자를 속여 집 안에 거액을 보관하도록 하고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이를 훔쳐 나오게 하는 ‘절도형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였다.
피해자의 신고로 A씨와 C씨, D씨는 경찰에 붙잡혀 모두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남부지법 형사3단독 김춘호 판사는 A씨에게 징역 3년을, C씨에게 징역 1년4월을, D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했다.
얼굴 한번 본적 없는 B씨의 제안을 따랐다가 철창신세를 지고 전과자가 된 것이다. 하지만 모든 범행을 기획·주도한 B씨는 아직 붙잡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보이스피싱 범죄를 수사하는 한 경찰관은 “메신저 ‘친구 초대’ 기능을 활용해 금전적 이익을 약속하며 모르는 사람에게 범행을 시키지만, 이들이 발각되더라도 대화방을 나가 추적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양사록기자 sa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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