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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여는 수요일] 갈대

- 백창일作





나는 연약하나

너를 기다릴 수 있다

강안개가 내리고

바람이 불어와도

나는 연약하나

너를 또 보낼 수 있다

그렇게 비가 내리고

찬바람이 불어와도

나는 연약하나

너를 기다리며

저녁노을이 되리니

새벽 눈이 내리고

네 가슴이 얼어붙어도

너를 위하여

강물이 되리니

거센 바람이 굳센 나무를 부러뜨리고 갔으나 연약한 너는 거뜬히 허리를 폈다. 무서운 물살이 두둑한 둑을 무너뜨리고 갔으나 연약한 네 뿌리를 떠내려 보내지 못했다. 떠나면 보내주고, 돌아오면 맞아주니 속없다 수군거린 사람들아, 진실로 강한 것이 강하고 연약한 것이 연약하더냐. 지금 저 갈대의 머릿결을 빗겨주는 부드러운 바람, 발목을 씻겨주는 잔잔한 물살이 그때 그 사자 같은 폭풍과 이무기 같은 폭우였다는 걸 아느냐. 으르렁 떠난 것들 가르릉 돌아오리.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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