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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혹시..." 복권방은 오늘도 문전성시

[경기 불황에 로또 광풍]

노후자금·해외유학·내집마련...다양한 이유로 판매점 장사진

"돈만 있으면 큰소리치는 세상" 현실에 대한 씁쓸함도 담겨

고소득층까지 '일확천금' 기대...전체 구매의 절반이상 차지

지난 1일 낮 서울 종로구의 한 복권방 앞에서 시민들이 구매한 로또의 번호를 확인하고 있다.   /이두형기자




전국에서 ‘로또 명당’으로 소문난 서울 종로구의 한 복권방 앞. 길게 늘어선 줄을 뒤로하고 복권방을 떠나던 이춘길(57)씨는 한 손에 쥔 로또를 들어 보이면서 “오늘 운이 따르는 거 보니 이번에는 정말 되려는 모양”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그는 평소 몇십 분은 기본으로 기다려야 했던 가게에서 단 10분 만에 로또를 샀다는 이유만으로 운이 따른다며 기뻐했다.

최악의 경기불황에 부정청탁금지법까지 겹치면서 정유년 새해 들어 저소득층은 물론 중산층을 넘어 상위계층까지 ‘로또’ 열풍이 한층 퍼지고 있다. 실제로 서울경제신문이 겨울 한파가 이어진 지난 1일 낮에 찾은 복권방은 이씨를 포함해 수십 명의 시민으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5,000원부터 몇만 원까지 사람마다 다른 구매액수만큼 로또를 사는 이유도 다양했다. 돈 한 번 펑펑 쓰기 같은 소박한 이유에서부터 내 집 마련과 해외유학·노후자금 등 구체적인 이유까지 저마다 다른 바람을 갖고 로또를 찾았다. 로또가 처음 시작됐을 때부터 매주 샀다는 김봉식(47)씨는 “처음에는 내 집 마련을 꿈꾸며 샀는데 어느덧 자녀 결혼자금과 노후 대비를 위해 사고 있다”며 “언젠가는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일부 시민들은 당첨의 기대보다는 현실에 대한 씁쓸함을 내비치기도 했다. 특히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으로 사회 고위층의 비위가 드러나면서 그 감정은 더 격했다. 김숙임(36)씨는 “요즘 뉴스를 보면 힘 있고 돈 있는 사람들은 무슨 짓을 해도 오히려 큰소리치지 않느냐”며 “안 될 줄 알면서도 매주 로또를 사는 나 자신을 보면 자괴감이 들 때가 많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최근 로또를 찾는 이들이 늘면서 로또 판매점들이 로또를 맞았다는 우스갯소리도 심심찮게 회자되고 있다. 서울 중구에서 10년째 로또를 팔고 있다는 서미숙(43)씨는 “지난해 말부터 올 초까지 로또 판매가 20% 이상 늘었다”며 “주 고객층이 주변 자영업자인데 워낙 경기가 안 좋다 보니 혹시나 하는 마음에 찾아오는 손님이 많아졌다”고 전했다. 또 다른 복권방을 운영하고 있는 박상주(62)씨는 “어떤 사람들은 미리 번호가 찍힌 종이를 맡겨놓고 매주 그대로 사간다”며 “고마운 단골들이지만 찾아오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로또를 찾는 계층도 예전과는 달라지고 있다고 가게 주인들은 입을 모은다. 지난달 기획재정부 산하 복권위원회가 발표한 조사를 보면 월평균 소득 400만원이 넘는 고소득가구의 로또 구매비율이 52.1%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저소득층일수록 로또 구매가 많을 것이라는 일반 상식을 깬 결과지만 ‘일확천금’으로 인생 역전을 노리는 이들이 소득계층과 상관없이 확산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로또 판매량도 급증해 지난해는 3조5,5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로또가 처음 도입돼 열풍이 불었던 2003년의 3조8,031억원에 이은 역대 두 번째로 많은 규모다. /이두형·이종호기자 mcdjr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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