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값 낮춰라” 공개 압박
납품가격이 최대변수 될 듯
YF16, YF-17 손자끼리 43년 만의 재격돌
미국 노스롭그루먼사가 미 공군의 차기 훈련기(T-X) 수주 경쟁을 포기했다. 이에 따라 3파전 양상으로 전개되던 T-X 수주전은 록히드마틴·한국항공우주산업(KAI) 컨소시엄과 보잉·사브 컨소시엄 간 양자 대결로 구도가 바뀌었다.
군사 전문 매체인 ‘주간 항공(AVIATION WEEK)’은 2일자 인터넷 머리기사에서 ‘노스롭이 160억달러 규모의 T-X 수주 경쟁을 포기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T-X 프로그램은 지난 1959년 첫선을 보인 이래 50년 넘도록 미 공군의 고등 훈련기로 사용해온 T-38 탈론 350대를 대체하는 사업. 미 공군은 올해 안에 공급사를 결정할 계획이다. 미 공군의 2차 발주물량과 미 해군의 차기 훈련기, 제3국 수출을 감안하면 1,000여대를 납품할 수 있어 주요 전투기 메이커들이 수주전에 뛰어들었다
T-X 선정을 위해 이미 N-400이라는 시제기를 제작해 지상 활주 시험까지 진행한 마당이어서 노스롭의 중도 포기는 뜻밖이다. 노스롭이 수주전을 포기한 이유는 미 공군의 차기 폭격기(B-X) 개발업체로 선정되기 위해 출혈 경쟁을 펼친 후유증과 개발 역량을 폭격기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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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스롭에 앞서 레이시온 컨소시엄도 깨졌다. 이탈리아제 M-346을 개조한 T-100을 내세웠던 레이시온·레오나르도 컨소시엄은 가격을 둘러싼 이견으로 경쟁구도에서 사실상 벗어났다. 그래도 남은 경쟁자는 여전히 4개 업체. 지난해 말 2개 업체가 새로 끼어들었기 때문이다. 미국 시에라네다바사와 터키 국영항공 컨소시엄, 미국 텍스트론사가 지난해 말 신규로 수주전에 들어왔다. 그러나 시에라네바다 컨소시엄은 후보기를 제작하지 못한 상태이며 텍스트론사의 스콜피온기는 성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수주 경쟁이 사실상 2파전으로 압축됐다는 얘기다.
흥미로운 대목은 지난 1970년대 중반 미 공군과 NATO(북대서양조약기구)의 경량급 차기전투기 선저을 둘러싼 YF-16과 YF-17의 경쟁이 43년 만에 재개된다는 점. T-50이 F-16 전투기의 염가판이라는 평가를 받는 점을 감안하면 그 원형인 YF-16은 T-50의 증조부 격이다. 시험비행 중인 보잉사의 T-X 시제기에는 YF-17의 유전자가 섞여 있다. YF-17은 당시 경쟁에서 탈락했으나 F-18전투기로 부활, 미 해군의 주력전투기로 사용되고 있다. 보잉의 T-X 후보기는 F-18 전투기와 외형이 비슷해 ‘베이비 F-18’로 불릴 정도다. 43년 만에 치러지는 손자들끼리 재격돌에서 록히드·카이가 웃을지, 보잉이 설욕할지 주목된다.
최종 승자가 누가 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3월로 예정된 업체별 설명회가 끝나야 후보 기종 간 우열이 일부나마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성능과 더불어 최대 변수는 가격.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가격 항목에 더욱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직접 나서 전투기 가격을 내리라고 공개적으로 요구하는 분위기가 이어질 경우 가격이 낙찰을 좌우할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하지만 T-X의 납품 가격이 크게 내려갈 있을지는 의문이다. 남은 경쟁자들의 여유가 없다. 록히드마틴의 경우 트럼프의 요구에 따라 F-35 전투기 가격을 인하한 마당에 T-X까지 입찰 가격을 내리기는 버거워 보인다. 보잉사도 공중급유기인 KC-46 개발과 납품 과정에서 내상을 입은 상황이다.
주머니가 넉넉하지 못해도 양자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사활이 걸린 탓이다. F-35 전투기 생산 라인을 가동 중인 록히드마틴은 다소 여유가 있는 편이지만 카이의 경우 T-X 수주에 실패하면 한국형 차기 전투기(KF-X) 생산까지 전투기 생산 설비를 놀려야 할 판이다. 보잉사는 더욱 절박하다. T-X에 선정되지 못할 경우 전투기 생산 라인 폐쇄까지 앞둔 처지다.
/권홍우기자 hong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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