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충남지사가 처음 제안한 ‘대연정’이 대선 정국의 새로운 이슈로 급부상하고 있다. 특히 안 지사가 정치권에 던진 이 화두는 최근 가파르게 상승하는 지지율과 맞물리면서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는 모습이다. 정치권에서는 여야는 물론 진영 내부에서도 제각각의 목소리를 내고 있어 향후 논의 추이에 초미의 관심이 쏠린다.
대연정론을 놓고 여야의 대선주자들과 각 정파는 제각기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다.
우선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성남시장은 당내 경선을 앞두고 집토끼를 관리하기 위한 차원에서 각각 “새누리당과 연정은 어렵다” “대연정은 역사와 촛불에 대한 명백한 배신”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도 이날 “새누리당과의 연정 발언은 잘못이다. 잘못했으면 ‘제가 잘못했습니다’라고 솔직히 사과했어야 안희정”이라며 “대연정 같은 밀실에서 구정치를 말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반면 같은 야권인 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는 “규모나 대상은 몰라도 연정은 불가피하다”고 힘을 실었다.
보수 진영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기는 마찬가지다. 정진석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독점적인 국정운영 체계를 극복해야 한다. 안 전 지사가 책임 있는 정치인”이라고 호평했고 바른정당의 대통령 후보인 남경필 경기지사도 “패권세력을 뺀 나머지 세력과 연정을 목표로 한 연대는 필수적”이라고 지지했다. 반면 같은 당 유승민 의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야당이던 우리가 거부했던 것이다. 대연정이든 협치든 다 비슷한 얘기”라고 평가절하했고 정우택 새누리당 원내대표 역시 “본말이 전도된 정치공학적 접근”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안 지사는 “어떠한 선거공학적 접근도 고려된 게 없다. 저의 분명한 소신”이라며 “연정 없이는 민주주의와 의회 정치가 작동하지 않는다. 제1당 대통령으로 당선된다 해도 의회와 협치해야 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고 반박했다.
연정 그 자체는 물론 대상과 범위를 놓고 결코 합의점을 도출하기가 쉽지 않음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안 지사의 구상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5년 당시 한나라당에 제안했던 대연정과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우선 노 전 대통령은 2005년 7월 열린우리당이 제1당이었음에도 선거구제 개편을 전제로 2당인 한나라당에 총리지명권과 조각권을 이양하겠다고 약속했다. 반면 안 지사는 국회 다수당이 총리임명권을 가져야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안 지사 측 박 대변인은 “노 전 대통령의 대연정 제안은 당시 국정 어려움을 돌파하고 지역구를 극복하기 위한 정치공학적 측면이 강했다”며 “안 지사의 경우 대통합과 분열 극복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안 지사가 대연정론을 들고 나온 배경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외연 확대다. 문 전 대표의 경우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라는 가장 강력한 경쟁자가 사라졌음에도 ‘30% 박스권’을 좀처럼 뚫지 못하고 있다. 문 전 대표가 열성 지지층 외에 중도 유권자들의 표심을 흡수하는 데 애를 먹는 사이 안 지사는 대연정 카드로 중도는 물론 일부 보수진영까지 아우르며 무섭게 치고 올라오고 있는 것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반 전 총장의 불출마로 제3지대론과 개헌론이 수그러든 틈을 대연정 이슈가 차지하면서 지지율 상승의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지층 확장 외에 ‘4당 체제’라는 현실론도 대연정 제안의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당대당 통합’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누가 정권을 잡든 협치를 위한 손을 내밀 수밖에 없다. 안 지사 측 박수현 대변인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태극기와 촛불로 갈라진 분열의 시대는 통합의 리더십으로만 극복 가능하다”며 “적폐 청산과 개혁에 동의한다면 새누리당도 얼마든지 협치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안 지사가 그동안 경제·안보 현안에서 야권의 다른 주자들보다는 훨씬 유연한 입장을 견지해온 것도 대연정에 부합하는 대목이다. 대연정은 내각제 국가에서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위해 이념과 노선이 판이한 좌파·우파 정당이 손을 맞잡는 것을 말한다. /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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