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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서영주, 괴물 같은 천재 배우 보다는...공감 가는 20대 배우로

현 사회의 부조리를 고발한 드라마 ‘솔로몬의 위증’에서 그 누구보다 눈길을 끄는 인물은 서영주가 분한 이소우였다.

크리스마스에 벌어진 동급생의 추락사란 사건의 중심에 있던 이소우는 냉소적이고 비판적으로 사회를 바라보며 어른들을 향해 거침없이 돌직구를 내뱉으며 시니컬한 면모로 극에 긴장감을 안겼다.

배우 서영주가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오훈 기자




최근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난 서영주는 “소우란 아이를 깊게 알아갈수록 제 자신이 조금씩 성장하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지난 달 28일 종영한 JTBC 금토드라마 ‘솔로몬의 위증’(연출 강일수, 극본 김호수, 제작 아이윌미디어)은 진실을 향해 나가는 아이들을 통해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을 날카롭게 비추며 호평을 이끌어냈다.

비록 시청률은 높지 않았지만, 드라마는 현 대한민국에서 아직도 문제가 되는 학교 비리, 금수저 계급론, 어른들의 이기주의와 권위주의, 파벌 등의 문제점을 다루며 공감의 불씨를 불러 일으켰다.

“배우 개개인의 칭찬보다도 드라마 자체의 칭찬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 게 좋았어요. 그 이유가 무었일까? 생각해보면, ‘솔로몬의 위증’이 말하고 있는 주제가 좋아서 아닐까요? 말하고 싶은 게 확실하다보니 시청자들의 공감의 폭이 컸던 것 같아요.”

야베 미유키의 장편 소설을 원작으로 ‘솔로몬의 위증’ 속 이소우를 수식어는 단어는 3가지. ‘괴물’, ‘또라이’, ‘천재’이다. 이는 만 15세 나이로 영화제를 사로잡은 배우 서영주를 설명하는 단어이기도 하다.

‘솔로몬의 위증’ 장면들 /사진=JTBC


그 누구에게도 제 얼굴을 내보인 적이 없는 아이 소우는 18년 함께 살아 온 부모에게는 ‘유약하고 무기력한 철학가’로, 똑같이 평생 함께 살아 온 형에게는 ‘분노와 오만에 가득 찬 염세주의자’로 기억되었던, 그 어떤 말로도 정의내릴 수 없는 안개 같은 아이였다.

어느 날, 소우는 난생 처음으로 학교에서 싸움을 벌였다. 크리스마스 다음날, 소우는 학교 화단에서 죽은 채 발견되는 것으로 자신의 기행을 마쳤다. 그러나 그의 죽음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비밀과 반전을 품고 있었다.

“감독님이 언급한 3개의 키워드인 ‘괴물’, ‘또라이’, ‘천재’라는 말이 ‘이소우’란 인물에 다가가는 데 도움이 많이 됐어요. 부처님처럼 뭔가를 다 알고 있는 느낌이랄까. 소우는 ‘내가 죽으면 이런 일이 벌어질 거야’라고 미리 다 알고 있는 아이였던 것 같아요. 이 아이는 왜 그렇게 했나요? 란 질문을 작가님이랑 감독님께 많이 했어요. 그렇게 소우란 아이를 깊게 알아갈 수 있었죠.”

배우, 작가, 감독의 수 많은 논의 끝에 탄생한 이소우란 아이는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 과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를 주로 읽으며, 비극미가 묻어나는 클래식 음악을 듣는 인물로 다시 태어났다. 영화 취향은 윤성현 감독의 ‘파수꾼’이라고 했다. 학교라는 작은 사회에서 어른들이 만든 질서에 순응하지 않은 인물 이소우는 그렇게 위선 가득한 어른들이 만든 질서를 흔들어 놓으며 공감대를 이끌어냈다.

배우 서영주가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오훈 기자




배우 서영주가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오훈 기자


1998년생인 서영주는 중2때 2011년 MBC 드라마 ‘내 마음이 들리니’를 통해 아역배우로 데뷔하며 연기를 시작했다. 2012년 만 15세 나이로 영화 ‘범죄소년’에 주인공 장지구 역을 맡아 스크린에 진출했고, 이 영화로 2012년 제25회 도쿄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과 제14회 씨네마닐라 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이어 김기덕 감독의 ‘뫼비우스’, 연극 ‘에쿠우스’, 김지운 감독의 ‘밀정’, 이나정 감독의 ‘눈길’ 등에 출연했다. 현재 세종대학교 영화예술학과에 재학중인 서영주는 김태훈, 송현옥, 김재엽 연출 겸 교수의 가르침을 받으며 성장하고 있는 중이다.

특히 고(故) 강태기, 송승환, 조재현, 최민식, 최재성, 정태우, 류덕환 등 역대 알런을 거쳐 간 명배우들에 이어 서영주는 2015년 피터쉐퍼의 연극 ‘에쿠우스’의 주인공 알런과 극중 나이가 동일한 배우이자 최연소 알런으로 성공적인 연극무대 데뷔를 치뤘다. 그에게 ‘에쿠우스’는 데뷔 무대 그 이상이었다.

“ ‘에쿠우스’는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꼭 다시 한번 도전 해보고 싶어요. 만 17세에 도전했던‘에쿠우스’와 이제 스무 살이 된 뒤 바라보는 ‘에쿠우스’가 달라요. 이 시 점에서 바라보는 알런을 꼭 해보고 싶어요. 조재현 선생님이 2004년경 마지막으로 알런을 하셨다고 했는데, 그 때 당시 전 6살이어서 실제 무대를 볼 수는 없었죠. 대신 ‘에쿠우스’에 캐스팅 되고 난 뒤 조재현 선생님이 하신 ‘에쿠우스’ 영상을 찾아봤어요. 대단하시던걸요.”

‘도둑들’로 인연을 맺은 배우 김윤석이 롤모델이다고 밝힌 서영주는 “평소엔 ‘하하’ 웃다가도 컷만 들어가면 눈빛이 달라지는 모습을 보며 감탄을 했다”고 했다. 그만큼 연기를 잘 하는 배우로 각인 된 것. “제 이름을 듣고 다른 수식어보다도, 연기를 잘 하는 배우, 공감하는 배우, 그런 이미지가 떠올랐으면 해요. 계속 노력해나가야죠.”

강렬한 역에 주로 출연했던 탓일까. 그의 나이는 쉽사리 가늠하기 힘들었다. 서영주의 얼굴 속엔 다양한 얼굴이 잠들어있었다. 10대 소년의 호기심 가득한 눈빛부터, 인생의 비밀을 엿본 청년의 그림자, 또래 소년들의 생기발랄한 모습까지 여러 가지 모습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동물적으로 연기할 때도 있고, 분석하며 연기하는 경우도 있어서 저도 제 자신을 한마디로 정의하긴 힘들어요. 게다가 연기하지 않을 땐 평범한 사람이죠. 또래 친구들이랑 똑같은 모습으로 지내요. 감수성이 풍부한 편이냐? 물어본다면 또 그렇지 않은 것 같아요. 하루 하루 제 감정을 메모해놓긴 해요. 뭔가 기록해놓지 않으면 허전하기도 하고 나중에 기억을 못하기도 하면 답답하기도 해서요. 제 자신을 정비하는 느낌이랄까. 이런 습관이 많이 도움이 되더라구요.”

/사진=JTBC


서영주는 소속사인 ‘화인 컷’ 대표와 이름이 같다. 또한 그가 꼭 한번 도전해 보고 싶은 분야인 뮤지컬 쪽의 대 선배인 서영주씨와도 동명이인이다. 그는 “대표님과도 이름이 같은 특별한 인연이 있는데, 뮤지컬 배우인 서영주 배우님도 꼭 한번 만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하고 싶은 작품을 줄줄이 읊어대는 청년의 얼굴에선 행복한 꿈을 꾸는 듯한 눈빛을 엿볼 수 있었다.

“영화, 연극에 이어 뮤지컬도 하고 싶어요. 연기, 노래 등 천천히 준비하고 있어요. 배워가고 있죠. 저와 이름이 같은 서영주 배우님에게 뮤지컬을 배울 수 있다면 더욱더 특별한 인연이 되겠네요. 뮤지컬 ‘데스노트’도 봤는데, 홍광호 배우님 역할에 매료됐어요. 문근영-박정민 선배님이 출연해 화제가 된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 도 정말 도전해보고 싶었던 작품입니다. 배우라면 꼭 해보고 싶은 연극 햄릿, 갈매기, 오이디푸스 등 하고 싶은 것들이 많아요. 어떤 작품을 해도 관객들이 공감 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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