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주요 과학기술 분야의 지표를 구성해 매년 2회에 걸쳐 ‘메인 사이언스 앤드 테크놀로지 인디케이터(Main Science & Technology Indicator·MSTI)’를 발표한다. MSTI는 지난 1981년부터의 연구개발(R&D) 비용과 인력, 특허, 기술무역, 하이테크 산업의 무역수지, 기타 경제사회지표 등에 대한 시계열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MSTI에 따르면 한 국가가 어느 수준의 R&D 활동을 수행했는지를 알 수 있는 중요한 지표인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구개발비’는 우리나라가 최고 수준이다.
총연구개발비는 기업·공공연구기관·대학 등 민간과 공공 부문 전체가 한 해 동안 사용한 연구개발비의 총합을 의미한다.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2015년도 우리나라의 총연구개발비는 65조9,594억원이다. 10년 만에 2.7배로 증가했고 국민 1인당 127만원 정도이다. 전년 대비 3.5% 증가했다. 2015년 GDP 대비 총연구개발비는 4.23%로 전년도(4.29%)보다는 다소 하락했으나 여전히 OECD 주요국 중 1위이다. 연구개발비 재원 중 정부·공공 부문에서 나온 것은 16조2,935억원(24.7%), 민간에서 나온 것은 49조1,700억원(74.5%)으로 민간의 비중이 압도적이었다. 이제는 민간의 경쟁력이 국가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가 되었음을 지표로도 가늠하게 된다.
하지만 국가경쟁력은 하락 추세이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 세계경쟁력연감’에 따르면 2016년 우리나라의 국가경쟁력은 29위로 2015년도와 비교해 4단계가 하락했다. 세계경제포럼(WEF)의 국가경쟁력 순위는 26위로 2007년 11위를 기록한 후 계속해서 순위가 떨어져 10년 만에 15계단이나 추락했다.
정부·공공 부문과 민간의 R&D 투자 규모는 커졌지만 연구의 질적 수준이 여전히 낮을 뿐 아니라 산업과의 연결고리가 취약하고 기업의 혁신 역량이 갈수록 낮아지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IMD의 평가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혁신 역량 하락 원인으로는 기업가 정신의 쇠퇴와 동기부여 실패, 도전정신의 실종, 기업문화의 후진성 등이 꼽힌다.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해 과학기술 리더십 정비와 실제 연구자의 사기 진작이 필요하다. 과학기술은 국가지도자의 관심을 먹고 자란다고 했는데 특히 안정적이고 일관적인 관심과 리더십이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과학기술 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의사 결정 기구가 이원화돼 오히려 정책적 혼란이 우려되고 있다. 2013년 ‘국가과학기술심의회’가 출범한 상황에서 2016년 대통령 주재의 ‘과학기술전략회의’가 하나 더 생겼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의 컨트롤타워부터 정비해 과학기술 리더십을 회복할 필요가 있다.
변화 리더십의 궁극적 목적은 다른 사람들의 자아실현을 돕는 것이며 일하는 사람을 스스로 움직이게 만드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현실은 그와 같지 않다. 교수들마저 잡다하고 불필요한 행정업무에 이미 지쳐가고 있으니 일반 연구자들이야 오죽하랴 싶다. 신바람 나는 연구현장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
혁신가의 대명사이자 스페이스X의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를 주목하게 된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 자신의 꿈을 ‘세상을 변화시키는 일을 하자’로 정했다. 세상을 변화시키려는 꿈을 실현하기 위해 세 가지 기술을 꼽았는데 인터넷 기술, 대체에너지 기술, 우주탐사 기술이다. 그는 이 꿈을 하나씩 실현해나가고 있다. 스페이스X는 지난해 11월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에 4,425개의 인공위성을 쏘아 올린다는 신청서를 제출했는데 전 세계에 인터넷을 공급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테슬라 전기자동차, 하이퍼루프, 스페이스X와 재사용 로켓 등 그로 인해 세상이 실제로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혁신을 가능하게 하는 생태계 조성과 R&D를 통한 국가경쟁력 제고가 급선무다.
허환일 충남대학교 항공우주공학과 교수·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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