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언론들은 대체로 주요 관영 언론 대신 인터넷 매체를 중심으로 김정남 피살 소식을 속보로 전하고 있다. 최근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이후 북중 관계에 미칠 직접적인 영향을 고려해 주요 매체에서는 이번 사건에 대한 분석과 관측을 자제하거나 당국에 의해 통제를 받고 있는 분위기다.
중국중앙텔레비전(CCTV)은 이날 오전 뉴스에서 “김정남이 말레이시아에서 병원 이송 도중 숨졌다”고 간략히 보도하는 데 그쳤다. 관영 환구망은 전날 김정남 피살 소식을 로이터와 한국 매체들을 인용해 속보로 전한 후 이날은 말레이시아 경찰이 살해 용의자를 추적하고 있다는 내용을 전했다. 신랑망 등 중국 온라인 매체의 국제뉴스에서는 김정남 피살 소식이 조회수 상위 기사에 올라와 있다.
인민일보는 해외판 소셜미디어 매체에서 김정남 피살 사건에 대한 분석 기사를 내놓고 한국 등의 매체에서 북한 소행으로 추측하고 있지만 북한 측의 김정남 살해 동기가 불분명하다며 사건 배후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 매체는 이번 사건이 동북아 정세에 변화를 일으킬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관영 글로벌 타임스는 이번 사건은 심각한 범죄 행위이며 중국을 포함해 국제사회의 비난과 경멸을 받을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김정남 피살과 관련해 최종 결론이 나지 않았으나 북한이 유력하게 지목되고 있고 사실로 드러나면 북한의 국제적 평판은 또 한번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전했다.
베이징 외교가도 김정남의 피살로 중국 정부가 큰 부담을 안게 될 것으로 보고 향후 북중 관계는 물론 북핵 이슈에 미칠 영향에 대해 다각도로 분석하고 있다. 무엇보다 김정남이 친중파였다는 점에서 그의 피살이 북한과 연관이 있다는 사실이 확인될 경우 중국으로서는 어떤 식으로든 북한에 경고 신호를 보낼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온다. 베이징의 한 정치 분석가는 “중국으로서는 북한 정세 변화와 관련해 중요한 대안 인물이 사라졌다는 점에서 대북 정세 변화 시나리오와 관련해 새로운 고민을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hb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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