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센인을 대상으로 한 단종(정관 절제)·낙태 조치에 국가의 책임이 있다는 대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민사3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한센인 19명이 국가를 대상으로 낸 소송의 상고심에서 국가의 상고를 기각하고 단종 피해자 9명에게 3,000만 원, 낙태 피해자 10명에게 4,000만 원을 배상하라는 원심을 확정했다.
이는 한센인들이 정부를 상대로 집단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 지 5년 만에 나온 결과다.
재판부는 “원고들에게 시행된 수술은 위법한 공권력 행사이기에 국가는 해당 행위에 대해 배상 책임을 부담한다”며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또한 “원고를 대상으로 한 단종·낙태 수술은 ‘동의가 없다면 신체를 훼손당하지 않을 권리’, ‘태아의 생명권’을 침해한 행위”라며 “한센인들이 가정을 이뤄 행복을 추구할 권리와 인간으로서의 존엄·자기결정권·사생활의 비밀 등을 침해했다”고 지적했다.
‘한센병이 유전된다’는 잘못된 믿음에 따라 한센인들에 대한 단종과 낙태 조치가 내려진 건 일제강점기 시절인 1935년부터다. 이후 한센인의 집단 거주지인 소록도에서는 부부가 동거할 시 반드시 단종수술을 받도록 규정했고 다른 지역의 한센병 환자들도 낙태 수술을 받은 바 있다.
한센인들을 대리한 박영립 한센인권변호단장은 선고 직후 기자들과 만나 “사법부가 이제라도 한센인의 눈물을 닦아줘서 다행이며 일괄 배상 개정안이 입법부에서 마련돼 국가가 책임을 다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센병은 나균에 의해 감염되는 만성 전염성 질환으로 균이 피부, 말초신경계, 상기도의 점막을 침범해 조직을 변형시킨다. 한센병은 과거에 ‘문둥병’이라 불렸으나 사회적 분야에서는 한센병으로 통칭하고 있다.
/유창욱 인턴기자 ycu0922@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