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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경미의 Cine-Biz] 아카데미 후보작들이 남긴 뼈아픈 교훈

양경미 영화평론가 ·한국영상콘텐츠산업연구소장




제89회 아카데미시상식 작품상을 포함한 여러 부문에서 후보작으로 이름을 올린 ‘문라이트(왼쪽)’와 ‘맨체스터 바이 더 씨’.


최근 할리우드 톱스타들이 다양성 영화의 제작자로 나서고 있다. 멧 데이먼은 한 남자의 가슴 시린 상처를 담아낸 영화 ‘맨체스터 바이 더 씨’를 제작해 2017년 아카데미 6개 부문에 이름을 올렸고, 브레드 피트가 제작한 흑인 소년의 아름다운 성장기를 다룬 영화 ‘문라이트’는 아카데미 8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됐다.

반면 국내 영화계는 다양성 영화의 기반이 위태로워지고 있다. 갈수록 제작비가 높은 대작 상업영화의 편중 현상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대작은 100억원 이상이었다면 지금은 200억원 대를 훌쩍 넘는다.

한국영화의 제작비가 꾸준히 치솟는 이유는 대작만이 고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인식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발표한 ‘2016년 한국 영화산업 결산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개봉한 상업영화 82편 가운데 제작비 80억원 이상 작품의 평균 수익률이 53.9%에 달한 반면 30억~80억원 사이의 중급영화는 2015년 34편에서 지난해 23편으로 급감했다. 많은 돈이 투자될수록 더 많은 수익을 낼 것이라는 기대가 한국영화계 제작환경을 바꾸고 있다는 설명이다.

제작비가 올라가는 원인 중에는 배우들의 출연료가 상당한 역할을 한다. 특히 최근 몇 년 작품들에서는 다수의 톱스타를 출연시키는 멀티캐스팅 방식으로 제작하면서 비용이 가파르게 상승했다. 2012년 영화 ‘도둑들’ 이후 기본적으로 3~4명의 톱스타가 공동 주연을 맡는 멀티캐스팅이 일반화되는 추세다. ‘베를린’, ‘베테랑’, ‘암살’, ‘밀정’, ‘마스터’ 등이 흥행에 성공한 대표적인 멀티캐스팅 영화들이다.

투자 대비 높은 수익률을 창출한다는 이유로 멀티캐스팅과 대작 영화 제작을 부정적으로 볼 것만은 아니다. 그러나 대작이 급증하면서 상대적으로 30억~50억원대의 중급영화 제작이 크게 줄면서 다양성의 기반이 흔들린다는 점, 여기서 더 나아가 신선한 소재, 다양하고 새로운, 참신한 배우와 캐릭터의 발굴이 상대적으로 줄어든다는 것은 한국 영화산업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가 된다. 다양한 영화가 탄탄하게 중심 역할을 하지 못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영화산업 전반도 균형 있게 성장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지나치게 수익성에 의존한 나머지 다양한 소재를 다루는 작품 제작이 크게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영화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스타 배우에만 의존하기보다는 품질 높은 시나리오와 유능한 감독의 연출에 중점을 둘 필요가 있다. 이렇게 할 경우 제작비를 낮추어 다양성 영화가 더 많이 나올 수 있으며 새로운 배우도 발굴할 수 있다. 시나리오가 좋을 경우 많은 비용을 들여 스타 배우를 캐스팅하지 않아도 흥행에 성공할 수 있다.

또 다른 해법은 할리우드와 같이 스타 배우들이 그들의 높은 수입을 다양성 영화 제작에 투자하는 것이다. 미국 할리우드에서는 스타 배우들이 영화 제작자로 참여해 다양성 영화의 지평을 넓히고 있다. 안젤리나 졸리는 가장 많은 수입을 올리는 할리우드 배우 중 한 명이지만 자신이 연출한 작품에서는 평소 그가 관심을 갖고 있는 소외된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담는다.

평소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자신의 제작사를 통해 환경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바 있다. 영화 ‘와일드’에서 훌륭한 연기를 보여준 리즈 위더스푼은 여성이 새로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여성 영화를 제작하고 있다.

대작 상업영화와 다양성 영화가 공존해야 영화산업은 발전할 수 있다. 대작 영화에만 편중된 한국 영화산업을 살리기 위한 영화계의 해법 마련이 시급하다.

/양경미 영화평론가 ·한국영상콘텐츠산업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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